[기자수첩] 폴더블폰, 생태계 재점검하는 기회 돼야

[기자수첩] 폴더블폰, 생태계 재점검하는 기회 돼야

몇 년 동안 기대를 모아 온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삼성 브랜드에 걸맞은 기대작인 만큼 성능 결함 문제가 불거진 게 아쉽기만 하다. 디스플레이업계는 '갤럭시 폴드'가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제품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당장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생기는 현상을 비롯해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힌지 설계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삼성이 세계 최초 제품을 준비하면서 기술 생태계 수준 전반을 끌어올렸지만 완성도를 더 높이려면 충분한 사용자 피드백과 기술 성장이 동반돼야 했다.

업계는 폴더블폰이 기술 난도가 상당히 높고 생태계 각 부분의 역량 결집이 필요한 새로운 제품군인 만큼 기존과 다른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 산하로 필요한 기업을 끌어 모아서 삼성하고만 소통하는 수직 구조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 기업 전체가 소통하는 수평적인 생태계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투명 폴리이미드(PI), 코팅, 힌지 설계 등 관련 분야 기업은 서로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오직 고객사인 삼성하고만 기술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분야에서 협력사 간 소통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보안이 중요한 세계 최초 제품이라는 점은 이해된다. 그러나 부품 협력사들이 기술 난제를 풀어 갈 기회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한 부품 기업 관계자는 “다른 분야 기업과 협력하면 좀 더 쉽게 목표한 성능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데 협력사 간 기술 논의가 금지돼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번 일로 삼성이 협력사 생태계 전략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출하 전 샘플 조사가 아닌 전체 물량을 조사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 장비로는 패널과 기구 모듈을 동시에 테스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제품을 만들 때는 기존과 다른 전략으로 고민해야 한다. 삼성 폴더블폰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세계 시장을 뒤흔들 역작이 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부품 협력사도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