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계 이자로 배불린 5대 은행…가계대출 이자 수익 지난해 18조원 넘어

기업대출 이자 수익보다 1.7조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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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가계대출 이자수익이 처음 18조원을 넘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이자수익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업투자가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리스크가 낮고 회수가 쉬운 가계 대출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주요은행 고객 유형별 이자수익' 자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2018년 가계대출액과 이자수익은 각각 570조원, 18조252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15조7383억원보다 15.9% 증가한 수치다. 2017년 가계대출 이자수익이 전년(14조7607억원) 대비 6.6% 상승한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이자 수익은 16조5275억원으로 가계대출 이자수익보다 1조7253억원 적었다. 반면 5대 은행 기업대출액은 소호대출 포함 680조원으로 가계대출 전체보다 110조원 많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이자수익 격차는 전년(1조1425억원)에 비해 50% 이상 확대됐다.

정 의원은 “은행이 손쉬운 가계대출을 늘리며 돈을 벌고 있다”며 “기업 투자 역시 모험보다 안정된 투자만 하고 있어 기업금융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2016년 가계·기업대출 이자 수익은 각각 3조113억원과 3조99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엔 가계대출 이자 수익이 3조5842억원으로 기업대출 이자 수익(3조1792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많았다. 2년 전에 비해 290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2017년에 가계대출 이자 수익이 기업대출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엔 2000억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이자 수익은 각각 3조4971억원, 3조2732억원이었다.

은행이 손쉬운 가계대출 이자로 수익을 늘린 것은 지난해 서울 부동산 가격이 평균 10.4%나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고, 전세대출 자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570조3635억원에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05조1167억원으로 400조원을 넘었다.

곽범준 금융감독원 건전경영팀장은 “가계 부채가 증가하면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급 비중이 늘어나 소비가 위축된다”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태에서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이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가계에서 이자만 상환하는 것은 그 다음 시기로 폭탄을 넘기는 셈”이라면서 “가계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표>3년간 5대 시중은행별 이자수익 현황(단위: 억원)

※5대은행 기업대출 잔액과 가계대출 잔액 (단위: 십억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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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계 이자로 배불린 5대 은행…가계대출 이자 수익 지난해 18조원 넘어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