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K바이오·K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

[ET단상]'K바이오·K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

우리가 미래에 키워야 할 주요 산업으로 많은 사람이 정보기술(IT)과 바이오를 꼽는다. 두 산업은 상호 간 융합해서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과 임상 시험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 등이 이러한 사례다. 그러나 대기업 기업정보시스템(SI)의 클라우드 산업 접근 방식에는 아쉬움이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2015년에 한미약품이 최초로 수조원대 기술 수출을 계약하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로도 일부 계약 파기 등이 있었지만 지속된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에 성공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었다. 매출 10% 이상을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진정성을 보이며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이에 자극받은 유한양행 등 경쟁사들도 잇달아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을 기록하며 K바이오를 이끌고 있다.

최근 모기업의 기업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성장한 SI 회사가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LG CNS는 기자간담회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서비스(MS),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한 '퍼블릭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밝혔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 클라우드 도입률을 5년 이내로 90% 이상으로 높이며, 3년 안에 아시아·태평양 톱3 클라우드 지원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대한항공과 같은 굵직한 고객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LG CNS가 좀 더 클라우드 사업의 근본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클라우드 지원 사업자는 외산 클라우드 판매 대행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고객사 빅데이터는 외국계 구름(클라우드) 서버에 쌓이게 되고, 미래에 이를 활용한 분석이나 AI 기술 개발 등은 그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초기 투자비와 구축 이후에도 많은 운영 및 관리 유지비가 발생하는 클라우드 산업이긴 하지만 모기업의 탄탄한 자금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투자도 검토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제약·바이오 회사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밖의 많은 대기업 SI 회사도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서버 및 프로그램 개발 등 진정성 있는 투자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클라우드 산업은 에너지와 통신 같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과거 2·3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제조업 발전과 IT 보급이 이뤄졌다면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과 서비스는 클라우드라는 토양 위에서 구축된다. 현재 상황을 과거로 비유하면 토지 위에 공장 설비와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서 외산 철강 또는 자동차를 수입해 파는 격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본이 신약 개발에 있듯 클라우드 산업 본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초 2021년까지 세계 10대 클라우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클라우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사업자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 세계 빅5 클라우드 사업자 가운데 4개는 AWS, MS, 구글, IBM 같은 미국계 회사고 나머지 1개는 중국계인 알리바바다. 이 회사 가운데 파트너십을 통해 판매를 지원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jwh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