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곳 없는데…전동킥보드 올해 4만대 '불안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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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곳 없는데…전동킥보드 올해 4만대 '불안한 질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일대에서 고객이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이용하고 있다.(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서울 강남구 언주로 일대에서 고객이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킥고잉을 이용하고 있다.(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전동킥보드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연내 20곳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비스를 준비 중인 업체만 14곳에 달한다. 올 연말 전동킥보드 3만~4만대가 시중에 풀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전동킥보드 보급이 늘고 있으나 제도 개선 속도는 느리다.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망이 느슨하고 주행이 허용된 장소도 제한적이다. 차량, 오토바이와 함께 도로 위를 달리는 것 외에는 마땅히 탈 곳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킥보드, 대중화의 길=현재 국내 전동킥보드 시장은 킥고잉, 지바이크, 알파카가 이끌고 있다. 최근 매스아시아가 고고씽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추가로 업체 10여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부분 막바지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트와 스윙, 부스티, 플로, 윈드 등이 포함됐다. 현대자동차도 제트(ZET)를 앞세워 담금질에 나섰다. 휴맥스는 사내 벤처 형태로 전동킥보드 사업에 뛰어든다. 킥키(Kicky)라는 브랜드로 판교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 대행업체 띵동도 도전장을 냈다. 강남권을 집중 공략한다.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전동킥보드 수도 폭발적으로 많아진다. 정확한 집계 자료는 없지만 업계는 현재 2000여대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올 연말 3만~4만대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관련 업체마다 배 이상 보유 대수를 늘릴 방침이다.

킥고잉은 지난해 9월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회원 8만명을 모았다. 전동킥보드 800여대를 갖췄다. 올해 중 2만여대로 늘려 전국 서비스에 나선다. 매시아시아는 9월까지 최대 5000대를 확보할 예정이다. 지바이크도 확충 계획을 수립 중이다.

◇킥보드 길, 여전히 비포장 도로(?)=사회 인프라는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다. 쏟아지는 전동킥보드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 인도와 자전거도로에서는 주행이 불가능하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 위를 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다만 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대 시속을 25km 이하로 제한한 것이 다른 차량 운행을 방해, 오히려 사고율을 높일 수 있다. 밤 시간대 운행을 금지하거나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나라별 전동킥보드 규정은 천차만별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는 최대 시속을 15~10km로 내리는 대신 인도 주행을 허용한다. 전동킥보드를 보행 보조 수단으로 본 결과다. 북유럽 국가 상당수는 자전거와 같게 취급한다. 국내와 비슷하게 도로 주행만 허락한 나라도 있다.

고객이 킥고잉을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모습.(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고객이 킥고잉을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모습.(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전동킥보드는 공유경제 시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나 대중교통으로 메울 수 없는 중·단거리 이동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타고 세워둔 전동킥보드를 수거, 재배치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물류운송 플랫폼 센디가 대표적이다. 전동킥보드 생태계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탠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분야로 벤처캐피탈(VC)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공격적 행보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자전거, 전기자전거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