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5G와 차량의 연결화

[ET단상]5G와 차량의 연결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활용 분야로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 활용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시점에 이통이 차량에 접목되면서 시장에서 평가된 내용을 살펴보면 5G 활용의 우선 순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차량에 이통이 접목된 것은 1996년 제너럴일렉트릭(GM)의 텔레매틱스 온스타 서비스가 도입되면서다. 텔레매틱스는 무선통신 및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 차량 위치와 함께 비상 상태를 감지해서 긴급 호송차량을 현장에 송출하는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넓다 보니 비상호출 서비스 요구가 상존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개척을 선도한 것이다. 제조업 중심 자동차 산업에 이통 기술과 융·복합을 시도한 최고경영자(CEO) 릭 왜거너의 선견지명과 결단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필자가 대우자동차에서 차량 개발을 총괄하던 시절에 KTF와 손잡고 '드림넷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최초로 제공했다.

텔레매틱스는 비상 호출이 유럽 및 러시아 등에서 법규화돼 적용이 가속됐다. 통신기술이 3G, 4G로 진화하면서 적용 범주는 다양해졌다. 미국 내 판매 GM의 모든 차량은 온스타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GM 관제센터에서는 차량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차량 내 전자제어장치(ECU)와 연계가 가능, 활용 범주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전기차 볼트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특정 ECU와 통신은 안전을 이유로 개발 초기부터 차단된다. 통신 최대 장점인 '연결성'은 반대 급부로 '보안' 이슈가 상존하기 때문에 안전 기기와 양방향 완전 개방에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에어백 작동을 관장하는 제어장치는 한 방향으로만 통신한다.

과연 자동차 산업에서 5G 통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인가? 5G 장점인 초고속성, 초연결성, 초저지연성이 어떤 신규 혜택을 제공할 것인가? 텔레매틱스 도입 이래 소비자가 체감하는 최대 혜택은 지도와 GPS를 연동한 '내비게이션'일 것이다. 서비스 범주가 음성, 데이터, 인터넷으로 확대됐지만 핵심 기술은 내비게이션 정확도와 실시간성 향상이다.

5G는 4G 대비 속도가 20배나 빠르다. 내비게이션 실시성 향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초저지연성은 동영상 실시성을 대폭 개선시킬 것이다. 초고속성 및 초저지연성은 사용 범주를 인터넷에서 클라우드로 확장하면서 복잡한 연산을 차내 ECU에 의존하지 않고 클라우드 연계로 해결할 것이다. 음성 인식이 좋은 응용 분야가 될 것이다. 차내 ECU와 통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 지도 내지는 응용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가 안전을 보증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될 것이다. 클라우드와의 연계는 자동차 응용 확대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5G와 관련해 새로 주목할 것은 초연결성이다. 초연결성은 LTE 어드밴스트 대비 ㎢당 10배의 사물인터넷(IoT) 연결이 가능하다. 4G에서는 ㎢ 규모 공간에서 10만대의 기기 연결이 가능했다면 5G에서는 같은 규모의 공간에서 기기 100만대가 IoT로 연결된다. 주변 차량, 인프라 내지는 보행자와의 충돌 방지 같은 응용 분야를 고려할 수 있다. 자율주행의 숙원 과제인 '충돌 제로'를 해결할 것이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개발은 레이저, 카메라, 라이다 등 각종 센서에서 추출된 정보를 이용해 물체 및 상황을 인식하는 센싱 기반 접근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5G 통신이 가미된다면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자율 주행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다. 자율주행 정착에는 난제, 특히 안전과 관련한 제도 및 법규가 정비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서 5G 혜택을 조기화하려면 다른 응용 분야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분야 전문가로서 '국지화'를 들고 싶다. 주행 차량의 필요한 정보를 일정 거리로 규정하고 국지성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차장 건물 진입 시 유휴 공간을 3차원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주거나 주변의 사고·재난 내지 '관심 장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즉 운전자 성향을 파악해서 주변 정보를 유효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벌써 지도 업체들이 선도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통신업체 내지 클라우드 업체도 뛰어들었다. 차량 내에서 국지 정보를 효과 높게 전달하기 위한 사용자 편의성 중심 기기도 모습을 내보일 것이다.

이우종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 leewoojo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