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세상의 모든 물건' 만드는 이 곳

부천에 위치한 한국금형센터 (사진=한국금형센터)
부천에 위치한 한국금형센터 (사진=한국금형센터)

부천에 위치한 한국금형센터 한 켠에는 눈부심 방지용 패턴을 적용한 차량용 램프를 찍어내는 금형 제작이 한창이다. 램프 표면에 작은 돌기가 촘촘히 있어 빛을 분산해 눈부심을 방지하면서도 어두운 길을 효과적으로 밝히는 역할을 한다. 초정밀 가공 기술이 확보돼야 눈부심 방지 패턴을 적용할 수 있다. 금형이 제대로 형성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갓 찍어낸 램프가 뜨끈뜨끈하다.

다른 작업장에서는 세라믹 소재 인공관절 금형을 제작하고 있다. 자본이 탄탄한 대기업도 뛰어들기 힘든 전문분야다. 대부분 금형틀은 단단한 금속 소재지만 세라믹이나 유리로도 제작한다.

부천은 우리나라 금형기업 25%가 밀집한 한국 금형산업 메카다. 특히 부천 오정산업단지는 금형기업 밀집도가 높아 '몰드밸리(Mold Valley)'로도 부른다.

금형은 세상의 모든 물건을 만드는 기본 중 기본이다. 볼펜 같은 작은 제품은 물론 자동차 범퍼, 초대형 항공용 부품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 생산에 금형이 쓰인다. 뿌리산업 6개 공정기술인 주조,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와 함께 완제품 품질, 디자인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 생산기술이다.

한국은 세계 금형생산 5위, 세계 금형수출 2위 국가로 성장했다. 자동차 산업 생산비중이 커지면서 2015년 이후에는 프레스금형 생산비중이 플라스틱금형을 역전해 가장 큰 생산비중을 차지했다.

1980년대 후반 정부가 금형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국내 금형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자동차용 대형 금형, 휴대폰 금형, 고정밀 기술이 필요한 마이크로 금형 등 고부가가치 중심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영세해 첨단 고정밀 고부가가치 기술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금형센터는 이 분야 영세기업을 맞춤 지원해 고부가 금형 기술을 습득하도록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개별 기업이 원하는 금형 제품을 개발·제작할 수 있게 전문 장비와 인력을 지원한다. 초정밀 컴퓨터수치제어(CNC) 가공장비, 첨단 전동식 사출장비, 정밀 측정기, 프레스 기기 등 개별 기업이 도입하기 부담스러운 주요 장비를 갖췄다. 올해 49년차인 금형명장 1호인 고재규 한국금형센터장을 비롯해 가공(5명), 사출(3명), 측정(1명), 프레스(1명) 등에서 경력 15년에서 30년사이 전문가가 기업과 함께 일한다.

기업은 금형센터에서 여러 품목을 시험 생산할 수 있다. 초소형 의료부품, 초소형 플라스틱 렌즈 성형용 금형부터 자동차 생산용, 대형 가전제품 케이스 등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

각 분야별 기술 교육도 제공해 온라인으로 사전에 강좌를 신청할 수 있다. 신규 인력 유입이 적고 전문인력 양성·공급이 부족한 산업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금형센터는 2016년 10월 개관 후 지난해 중순 전문 장비 도입을 마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 수익금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가 장비와 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자립 운영을 시작하는 원년이다.

이와 동시에 고부가 금형기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관련 기업에 센터를 더 많이 알리고 기업 수요에 맞춰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확대할 수 있게 정부에 추가지원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재규 센터장은 “첨단 기술 제품을 실현하는데 금형기술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 분야 전문인력 육성이 더욱 절실해진 반면 신규인력 유입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형은 쇠로 만드는 예술작품”이라며 “그 어느 분야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빠르게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시장 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천(경기도)=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