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5G, 새로운 10년을 이끌 전파 신기술

이용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이용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1996년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은 최초의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로, 1세대 아날로그 기술보다 훨씬 뛰어난 통화 품질과 고속 이동 중에도 끊어짐 없는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데이터 전송은 느렸지만 휴대폰 대중화를 이끌었고, 문자로 소통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3세대 시대에는 모바일 컴퓨팅 시대가 열릴 정도로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빨라졌고, 롱텀에벌루션(LTE) 시대에는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가 됐다. 스마트폰 출현과 발맞춰 모바일 데이터 전송량이 유선을 넘어섰고, 특히 응용 서비스가 비약 발전하면서 상상도 못한 산업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세대(5G) 이통 기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우선 5G는 빠르다. 최고 속도가 LTE 20배에 이른다. 고화질 영상 전송이 가능해져 가상현실(VR), 문화·스포츠 행사, 게임 등 콘텐츠가 보는 것에서 직접 실감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5G가 충분히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까지 비디오 트래픽은 매년 35% 증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74%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5G의 차별성은 속도에만 있지 않다. 5G의 차별화 포인트는 초저지연성이다. 전송된 데이터가 네트워크 거점을 거칠 때마다 전송 지연이 발생하는 데 5G는 이를 20배 이상 낮춤으로써 사실상 실시간 '원인과 결과'가 가능하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시속 100㎞에서 장애물을 발견하고 정지를 시작할 때까지 LTE 망에서는 1m 이상 달려야 하던 것을 5G 망에서는 3㎝ 미만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인간의 반응 속도보다 빨라 기계 덕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밖에 통신사가 선보인,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마치 한자리에서 연주하는 원격 협연이나 원격 수술 등 5G 초저지연성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5G의 또 다른 차별성은 초연결성이다. 지금까지 인간 중심이던 이통이 기기, 기계, 사물로 확장된다. 옷이나 냉장고 안 음식과 같은 집안 용품에서부터 자동차, 지하나 오지 등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각종 센서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사물이 연결됨으로써 세상을 하나의 네트워크 유기체로 묶을 수 있다.

네트워크를 오가는 각종 데이터에 얼마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가 담겨 있을까. 이통 망이 단순히 통신의 연결고리를 넘어 스마트 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와 같은 새로운 사회 기간망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스마트 월드도 꿈꿔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5G가 가져다 줄 새로운 세상의 모습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통신서비스는 항상 새로운 세상을 약속했다. 그 가운데 성공 사례도 많이 있지만 예측이 어긋난 경우도 많다. 유튜브와 넥플릭스처럼 크게 기대하지 않거나 예측조차 못한 서비스가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그리는 5G 시대는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해 본 것일 뿐이다. 이제 막 막을 올린 5G 기술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그 진화 방향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설 것이고, 그 뒤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를 촉진시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5G의 10년을 학수고대해 본다.

이용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yongshik.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