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65>스타트업이 자사 제품 체험 기회를 주는 이유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순찰로봇. <전자신문DB>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순찰로봇. <전자신문DB>

스타트업 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일단 먼저 갖고 가서 사용해 보시고 결정하라'다. 물론 이런 전략은 아직 회사 내지 제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객 스스로가 일단 사용해 보고 판단하도록 배려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밖에도 고객의 심리를 활용한 고도의 판매 전략이 하나 더 숨어 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일단 소유한 것들에 대해 더 큰 애착을 보이는 기질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심리적 행태를 부존자원효과라 부른다. 부존자원이란 정상적인 거래나 법률에 근거해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소유하게 된 자원, 지위, 권리를 말한다. 부존자원효과는 자신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소유하게 된 것에 집착해 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는 일단 받은 물건에 애착을 갖게 되고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 달라고 요청받으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크게 반감을 갖게 되는 이유도 부존자원효과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부존자원효과를 실증적으로 규명해 준 실험이 그 유명한 머그잔 실험이다. 머그잔 실험 내용은 단순하다. 실험대상자들에게 먼저 머그잔을 보여만 준 뒤 해당 머그잔을 얼마에 팔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난 뒤 이번에는 동일한 실험대상자들에게 해당 머그잔을 나누어 주고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해 준 뒤 얼마에 팔 생각이 있는지 다시 물어본다. 실험 결과, 처음 지불 의사를 물었을 때보다 직접 만져보고 난 뒤에 물었을 때가 2배 이상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실험 결과는 본인 소유의 물건이 아니더라도 신체적 접촉이나 심리적으로 자신의 물건이라는 생각이 강화될 경우 해당 물건에 더욱 강한 애착을 갖게 됨을 확인해 줬다.

일단 자신이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본 물건은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물건에 애착이 형성된다. 이미 자신의 물건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기간 후 해당 물건을 반송하게 될 확률은 줄어든다. 오히려 애착이 형성된 물건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 바로 홈쇼핑은 이러한 기질을 활용한 것이다.

부존자원효과는 사실 손실회피 성향과도 관련이 크다. 손실회피 현상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다니엘 카네만과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베르스키가 발견한 현상이다. 어떤 물건을 획득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보다 그 대상을 잃게 됨으로써 느끼는 비효용이 훨씬 크다는 현상을 말한다.

예일대 경제학과 연구진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기질을 확인했다. 행동경제학자인 미국 예일대 벤카트 락슈미나라야난, 키스 첸, 로리 산토스는 6마리의 '꼬리 감는 원숭이'에게 사과 조각을 살 수 있는 두 가지 거래 방식을 제시했다. 하나는 사과 하나만 보여준 뒤 거래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과 두 개를 보여준 뒤 둘 중 한 개의 사과만 주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한 개의 사과를 제시한 뒤 거래한 원숭이들이 사과 두 개를 주고 둘 중 하나를 빼앗긴 원숭이보다 훨씬 거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 두 개를 받아든 원숭이들은 자신들이 받아든 사과보다 빼앗긴 사과에 더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손에 쥔 사과를 다시 빼앗기기 싫어하는 원숭이의 마음은 오늘날 우리 일상에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표현 중에서 자주 접하는 문구 중 하나가 '향후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전개되는 대표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존자원효과 내지 손실회피성향 때문이다.

고객에게 일단 체험 기회부터 주는 스타트업 기업의 판매 전략을 그저 브랜드나 평판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자구책 정도로 치부해 왔다면 앞서 소개한 연구성과를 다시 한번 되뇌어 보기 바란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