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국면 전환…OECD 맞서 칼빼든 UN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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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 대상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찾는 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고전하는 사이 국제연합(UN)이 칼을 빼 들었다. 자체 해법을 제시, 디지털세 분야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UN이 디지털세 주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디지털세 문제를 풀 해법으로 원천세와 최저한세 제도 도입을 제안할 전망이다. 최저한세는 세계 국가를 상대로 세금 징수권을 보장해준다. 일례로 세계 100개 나라에 사업장을 둔 기업이 있다면 해당 회사 전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먼저 집계한 뒤 나라별 국세청이 과세 형평에 맞게 일정 비율로 세수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원천세는 개발도상국을 보호한다. 거래 단계에서 세금을 걷는다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다국적 기업 본사는 해외 지사로부터 서비스 사용료를 받는다. 이때 사용료 중 일부를 해외 지사 관할 과세당국에 납부하도록 한다.

UN은 현재도 자체 조세조약 모델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국가 80%가 OECD 모델을 채택했지만 나머지 20%는 UN 조항을 따른다. 미국이 UN 진영에 속해있다.

지금까지 디지털세 논의는 OECD 주도로 이뤄졌다. 올해 초 '디지털 산업 과세 보고서 초안'을 발표했다. 최근 초안을 두고 회원국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다. OECD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 2020년 최종 보고서를 도출한다. OECD는 고정사업장 판단 기준이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 서버 위치 중심으로 구분하는 현행 기준을 재정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결론 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기업별 사업 구조가 천차만별이어서 고정사업장을 물리적으로 가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국 간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초 OECD 가이드라인을 정면 반박하는 보고서를 발표, 우려를 표했다.

OECD와 별개로 독자 행보를 보이는 국가도 속출한다. 영국 국세청(HMRC)은 디지털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늘린다. 과세권 강화를 통한 디지털세 실마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2020년까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유명 법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하겠다고 공헌했다.

OECD가 디지털세 논의를 시작하면서 잠시 사그라들었던 유럽연합(EU)식 디지털세도 재조명받고 있다. 매출에 일정 세율을 곱해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달 세율 3~5% 수준 디지털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마케팅 무형자산을 계산 문제를 비롯해 OECD가 제시하는 해법은 실무상 난관이 많다”며 “디지털세 논의가 UN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