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역동적 벤처기업과 근로시간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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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역동적 벤처기업과 근로시간 유연성

50~300인 사업장의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벤처기업 현장에선 핵심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 건강권과 저녁이 있는 삶인 '워라밸'을 실현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선점을 위한 시간 경쟁력이 절대로 필요한 벤처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혁신 기술 기반 벤처기업에는 창업자와 임직원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창업 초기의 자율형 집중근무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기업 문화가 있다. 일반 기업에 비해 기술 개발에 많은 시간이 투입되며, 시장 선점을 위한 시간 경쟁력이 절대로 필요한 특징이 있다.

더욱이 벤처기업의 70% 이상이 기술 집약형 부품을 공급하며, 완제품 생산 기업과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신기술 출현과 생산 라인 고도화로 신제품 출시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상황에서 납품처가 요구하는 기술 개발 수준은 높아지고, 부품 공급 요청 시기는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이 획일화된다면 현장의 혼란은 불 보듯 우려된다.

임직원 모두의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의 속성에도 획일화된 잣대에 의한 법정 근로시간 및 관련 법률 개정은 국내 벤처기업의 핵심 경쟁력 저하와 열정 넘치는 벤처기업의 자율 문화를 훼손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사실이다. 노사 모두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국내 벤처기업의 혁신 경쟁력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제도의 선한 취지가 벤처기업에 연착륙되기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를 전제로 한 노동 유연성 확보도 필요하다.

먼저 벤처기업의 핵심 역량 저해 없이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탄력근로제를 국제 기준에 부합한 1년으로 확대하고,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자율 활용이 바람직하다. 단위 기간 1년은 이미 2010년에 정부 주도로 충분히 검토됐지만 결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는 최대 6개월 확대에 그쳤다. 그동안 꾸준한 제도 변화에도 기업 현장의 활용도가 높지 않은 건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이 합리 타당하게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는 기업·근로자·국가 모두에 손실이다.

다음으로 현행 1개월인 선택형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3개월로 확대해서 근로자는 근로시간 활용의 자율성을 높이고 기업은 집중 업무 기간에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시행착오가 빈번한 연구개발(R&D) 중심 벤처기업은 업무량 예측이 어렵고, 획일화된 기준이 없어 프로젝트 시작과 종료 시기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무량을 정밀하게 추측해서 사전에 근로시간을 정하는 탄력형 근로시간제는 획일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 제조 기반 기업에서 활용도가 다소 높기 때문에 선택형 근로시간제 도입을 통한 근로시간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지금 근로시간 단축이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벤처기업에 또 다른 규제로 작동하지 않도록 개별기업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근로시간 실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charles@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