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감축 로드맵 차일피일...환경부-산업부 입장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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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월 발표 예정으로 있던 '경유차 감축 로드맵'이 5월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 로드맵 핵심 정책인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을 두고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친환경차 보급 확산 효과와 규제 강화 우려의 의견이 부딪쳤다.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수입사에 일정 비율의 친환경차 판매 의무를 지우는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을 놓고 부처 간 협의가 지연됐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산업부는 미세먼지 감축 효과 검증과 자동차 수출·입 관련 변수를 고려해 손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보조금 제도를 통해 보급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업계에 규제를 더하는 것이 불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당초 환경부는 '친환경차 협력금제'와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내년부터 동시에 도입할 계획이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는 배출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 등을 사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부과, 친환경차 구매를 유도하는 제도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자동차제작·수입사가 전체 판매 자동차 가운데 일정 비율의 친환경차(전기·수소차 등)를 판매해야 하는 제도다. 목표 미달 시 페널티가 적용된다.

환경부가 두 제도의 동시 도입을 추진하자 '이중규제'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부는 친환경차 협력금제와 의무판매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면서 규제를 하나로 줄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친환경차 협력금제는 도입하지 않고 의무판매제만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도 명칭도 의무판매제가 아닌 '보급목표제'라고 변경, 규제 성격을 완화했다.

두 부처가 합의에 이르는 듯 했다. 그러다 산업부가 결정을 미루면서 정책 수립이 미뤄졌다. 단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무역확장법 232조에 적용할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수입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와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고민해 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인센티브(보조금)를 제공해서 잘 팔리고 있는데 굳이 의무 할당량을 설정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뜻이다.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가 도입한 전기차.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가 도입한 전기차.>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은 보조금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조금을 줄이고, 향후 보조금을 중단하더라도 친환경차가 꾸준히 판매될 수 있도록 친환경차 보급목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책 대립 이면에는 환경부와 산업부가 친환경차 정책 주도권을 두고 또다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전기차 보급 초창기인 2010년대 초반에 두 부처는 정책 주관 부처가 되겠다며 경쟁했다. 당시 보급 사업은 환경부, 생산 부문은 산업부가 각각 맡기로 정리됐다. 이후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생산 중요성이 커졌다. 전기차 산업이 단순 보급에서 생산·공급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오자 두 부처 사이에 정책 주도권 경쟁이 재점화했다는 분석이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