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기술을 만난 문화 콘텐츠, 웹툰의 미래 가치

[콘텐츠칼럼]기술을 만난 문화 콘텐츠, 웹툰의 미래 가치

2년 전 북미 최대 만화행사 '애니메 엑스포' 현장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행사장에 모인 현지 팬들이 한 웹툰 작가 사인을 받기 위해 전시 부스 내부는 물론 부스 외벽을 감싸며 대기 행렬을 이어 갔다. 세계에 명성을 떨친 작가가 아니라 이제 막 한국에서 데뷔한 지 1년 남짓 된 신예 작가 팬 사인회에 수천명이 몰린 것이다.

연재 초반부터 소리 소문 없이 미국 시장에서 팬덤을 형성한 이 웹툰은 유럽 팬 성원에 힘입어 올해 봄 독일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각국에서 종이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영어권인 북미 시장과 달리 유럽에서의 호응은 현지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보다 앞서 수천명의 스페인 독자들은 스페인어 종이책 출간을 위한 온라인 청원을 펼치기도 했다.

이 웹툰은 레진코믹스가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스릴러물 '킬링 스토킹'이다.

최근 한류 콘텐츠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고 팬덤을 형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콘텐츠 글로벌 소비가 예전보다 쉬워졌다. 인스타그램에는 '킬링 스토킹' 각국 팬들이 웹툰 속 등장인물 코스프레를 한 사진과 직접 그린 팬 아트 게시물 수십만 건이 실려 있다.

바야흐로 콘텐츠 전성시대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불과 10년 남짓 만에 우리는 영화, 드라마, 만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 작품을 '손안의 콘텐츠'로 접하고 있다.

콘텐츠 시장이 이처럼 진화하고 확장되는 것을 보며 인공지능(AI) 시대라 해도 대처하기 어려운 인간의 특별한 능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필자는 이 질문의 답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반인 중심으로 콘텐츠 생산 시장이 확장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본인의 상상력 표현을 위해 여러 유형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고 소비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때문이다.

최근 어린 아이 몇 명이 보든 말든 본인이 직접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나 작사·작곡한 노래 또는 만든 장난감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한 번도 본적 없는 타인과 공유하는 것을 보며 '상상력의 표현이야 말로 인간의 기본 본능'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여러 유형의 콘텐츠 창작과 공유를 좀 더 유효하게 돕기 위해 플랫폼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를 들어 웹툰 플랫폼은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좋은 작품을 다수의 독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활동은 어느 한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화가 가능하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지구 반대편 독자들도 영어로 번역 된 좋은 한국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글로벌 시대, 상상력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 존중받는 시대에 웹툰의 미래 가치와 잠재력은 더 주목받을 것이다. 웹툰은 상상의 세계를 경제 원리로 시각화할 수 있는 콘텐츠다. 웹툰에는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진행되는 다른 콘텐츠와 다르게 감상할 때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이 있다.

웹툰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시각 콘텐츠다. 웹툰의 핵심 구성 요소인 그림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 세계 공통어다. 기술 발전으로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소비와 소비 경험의 잠재된 공유 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웹툰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경훈 레진엔터테인먼트 COO ck@lez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