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3남매 '총수' 다툼, 이명희 여사 선택에 달렸다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 선정을 놓고 내부 합의가 늦어지는 가운데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캐스팅보터(결정투표자)'로 떠오르고 있다. 고 조 회장이 지분 상속에 대한 유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이사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권을 위협하는 강성부펀드(KCGI) 견재를 의식하고 있어 '남매의 난'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전자신문 DB)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전자신문 DB)

13일 재계 및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최근 국내 5대 법무법인 복수를 접촉해 정부가 정한 '데드라인'인 15일 전까지 총수 결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 기한은 매년 5월 1일이지만, 사정에 따라 15일가지 미룰 수 있다.

한진그룹 측은 당초 차기 회장으로 취임한 장남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려고 했다. 현재 3남매 중 조 회장만 경영에 나서고 있고, 두 자매는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 1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한진칼은 오너가 지분율이 24.79%다. 고 조 전 회장 지분이 17.85%로 가장 많고, 조 회장이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고 조 전 회장이 유언을 통해 상속인을 정해뒀다면, 20%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 총수 역할을 하면 됐다. 하지만 고 조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지분 상속이 매끄럽지 않게 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좌측)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우측)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좌측)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우측)

유언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민법에 따라 배우자는 상속비율이 1.5, 자녀들은 1이 된다. 이 전 이사장은 고 조 전 회장 지분 17.84% 중 가장 많은 5.94%를 상속받게 된다. 3남매는 각 3.96%를 상속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30%, 조 전 부사장 6.27%, 조 전 전무 6.26%, 이 전 이사장 5.94%로 나눠진다. 3남매 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이사장의 선택에 따라 총수가 결정될 수 있다.

한진가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총수에 대한 결정을 두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이사장은 아직 총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현재 아버지를 이어 회장직을 맡고 있고, 대한항공을 경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 로서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영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기내식 사업본부, 칼호텔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이력이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다만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KCGI지분율 상속은 오너가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한진칼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율을 14.98%까지 늘렸다. 그러나 지분 전량을 상속받을 시 막대한 상속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상속세 방안 또한 새로운 총수의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고 조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34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유족들은 약 1700억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한진가에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은 함구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