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한중일 삼국지…방송계획 없는 한국 소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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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영국 전자제품 유통 커리스(Currys)와 함께 영국 뉴몰든 매장에 마련한 프리미엄 TV 체험존.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국 전자제품 유통 커리스(Currys)와 함께 영국 뉴몰든 매장에 마련한 프리미엄 TV 체험존.>

올해부터 급성장이 예상되는 8K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 기업이 경쟁하는 가운데 장기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중국은 8K TV 성장에 맞춰 8K 중계방송 계획을 수립한 데 반해 한국은 8K 관련 진흥 정책이나 방송 송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8K 방송 생태계가 없는 한국이 중장기 경쟁력에서 일본과 중국에 뒤처질 것으로 지적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8K 방송을 시작한 데 이어 2022년 초 중국도 8K 방송을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8K로 생중계하면서 대중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위성을 통해 8K 방송을 시작했다. 8K 방송 개시와 함께 소니와 파나소닉 등 TV 제조사, 가전 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가전 양판점에 가보면 입구 정면에 8K TV를 배치하는 등 마케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면서 “8K TV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 3국 가운데 분위기 붐업은 일본이 단연 최고”라고 전했다.

중국도 8K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기 방송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2022년 2월에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8K로 생중계할 계획이다. 국민적 관심이 몰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8K 붐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창훙, 캉자 등 중국 제조사도 일찌감치 8K TV를 개발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패널 업체들이 8K 패널 생산을 확대하는 것도 호재다.

8K 방송 계획을 세운 일본·중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8K 중계방송 준비는 사실상 없다. 4K 방송을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지난 시점이어서 아직 차세대 방송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재 8K UHD방송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R&D) 기획에 들어간 단계”라면서 “구체적 송출 시기 또는 표준화 로드맵을 제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HD와 4K 방송을 앞서서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TV 제조사는 앞선 방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과 글로벌 판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해 왔다. 그러나 8K 방송 개시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참 늦을 것으로 예상돼 8K TV 시장 주도권도 내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8K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LG전자도 8K TV를 판매할 예정이다.

한 TV 제조사 관계자는 “실시간 8K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화질 업그레이드를 통한 방식과는 또 다른 시청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8K 방송 개시는 장비, 콘텐츠, TV 등 8K 생태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TV 제조사만으로 생태계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