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65>이지(Easy) 혁신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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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스텔리오스 하지이오아누. 당신이 제프 베조스를 기억한다면 이 특이한 이름도 기억해 둘 만하다. 베조스가 혁신에 일가를 이뤘다면 이 사람 역시 일가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이오아누는 이지그룹 창업자다.

1995년 11월 리스로 임대한 이지제트 보잉737기는 첫 비행을 했다. 영국 런던 루턴 공항에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까지. 편도에 단돈 29파운드. 동체에는 콜센터 전화번호를 커다랗게 써 붙였다.

이것 하나로 상식 파괴의 끝은 아니었다. 비행기를 띄운 루턴 공항은 어딜까. 런던을 대표하는 히스로 공항에서 북쪽으로 35마일이나 떨어져 있었다. 런던의 외곽순환도로 M25에서도 한참 벗어난 한적한 곳이다. 요즘은 저가항공의 기본 공식이다. 그러나 이런 첫 상상이 쉬울 것 같은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지(Easy)라는 이름도 한번 따져 보자. 지금이야 그럴 듯 하지만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같은 선두 기업들이 판치는 데다 태반이 나라 이름을 사명으로 삼는 항공 산업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가.

1996년에 이지제트는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행 첫 국제선을 단돈 29파운드에 내놓는다. 1997년에는 첫 웹사이트를 연다. 1998년엔 인터넷으로 티켓을 팔았다. 이즈음 비행기를 커다랗게 장식한 콜센터 번호는 'easyJet닷컴'으로 바뀌었다. 4년 만에 티켓 1000만장이 이 웹사이트에서 팔려나간다.

2002년에는 브리티시항공의 숙적 고에어를 3억7000만파운드에 사들인다. 2013년엔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약 방법도 고객에 맞춰 다양하게 꾸렸다. 기업에는 모든 서비스가 포함되는 '올인원(포괄제 요금)', 매번 수속이 짜증나는 고객에겐 '플렉시(선택제 요금)'를 팔았다.

이렇게 20년이 지난 2015년에 이지제트는 첫 비행을 한 루턴-글래스고 편도 티켓을 27.49파운드에 팔고 있었다. 담배 한 갑이 2.5배 오르고 물가는 78%, 맥도날드 빅맥조차 60% 오르는 동안 루턴-글래스고 항공료는 오히려 5.2% 내렸다. 이 해 이지제트는 33개국 130개 공항에 취항했으며, 승객은 6500만명으로 늘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하지이오아누는 황금열쇠를 찾아 들고 있었다. 놀랍도록 경쟁 심한 항공 산업에서 그가 터득한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이것은 모든 시장을 여는 황금열쇠가 된다.

지금 이지라는 이름이 붙은 기업엔 제트, 호텔, 카, 버스, 푸드스토어, 헬스, 프로퍼티, 에어, 트랜스포트, 커피, 밴(Van), 오피스, 피자, 머니, 모바일, 부킹, 리무진, 플라이트, 플라이, 스카이로 이어진다. 아마도 그는 이 황금열쇠로 끝없이 산업의 칸막이를 열어젖히려는지 모른다.1995년 이지제트 승무원은 검정 청바지에 주황색 폴로 스타일 셔츠를 입었다. 일설에 테스코와 베네통 제품인 이 캐주얼은 저렴하지만 편안함을 대변했다. 그러나 지금 승무원은 웨어러블 기술이 적용된 디자인 유니폼을 입는다. 이지제트는 저렴함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혁신 대상이다. “한두 가지 방법이 비용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것을 다루지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황금열쇠 찾기'는 이들만의 몫일까. 기억하라. 혁신 방식 자체가 이젠 황금열쇠가 된다는 점을.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