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11개월' 르노삼성차 노사 교섭 재개…“임단협 타결 될까”

르노삼성자동차가 사측 대표를 바꾸고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한다. 11개월 째 이어진 임단협 교섭은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인 르노삼성차 청사진이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몰리면서 노사 양측이 합리적인 협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으로 생산이 멈춰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파업으로 생산이 멈춰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르노삼성차 노사는 14일 오후 2시 2018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했다. 이달 초 '셧다운'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노사는 지난 8일 간사 만남 이후 9일 회의를 거쳐 교섭 일정을 확정했다. 이번 교섭은 윤철수 전무를 신임 인사본부장으로 내정하고 처음 나서는 교섭인 만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르노삼성차 임단협 협상이 탄력을 받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전무는 자동차부품회사인 발레오 출신으로 인사·노무를 담당한 노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노무 전문가인 윤 전무를 앞세워 부진했던 임단협 협상 타결의 활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 진행된 27차 본 교섭까지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고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영업 중식대 보조 인상(3만5000원) △기본급 동결 유지조건 100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임단협 타결을 통한 물량확보금 100만원 조합원 특별격려금 100만원, 생산성격려금 50% 등 노조 요구 조건과 사측 제시안을 수용했다.

다만 인력충원 등 단협 관련 사안들은 여전히 노사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외주 및 용역전환 △인사원칙 △인력충원 60명 등 노사 쟁점 사항 3가지에 대해 단협에 '협의'에서 '합의'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외주 및 용역전환 부분은 현행을 유지하면서 고용안정위원회 운영으로 대체하는 것도 제시했다. 인사원칙 배치전환에 대해 단협에 문구 삽입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PROCESS 에 따른다'는 문구를 제시했다. 다만 이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 노사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제공=르노삼성자동차)

노사 양측은 '인력충원 60명'에 대해 단협에서 어떤 문구를 넣을지가 가장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노동자 작업강도가 높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인력충원 60명에 대해 노사는 의견을 좁혔다. 하지만 이 인력을 단협에 명시할 때 노조는 '물리치료 대응인력'을 제시했고, 사측은 '근태인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협에 물리치료 대응인력이라고 명시하면, 공장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등 휴식시간에 이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근태인력으로 문구가 삽입된다면 새 인력은 대체인력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작업인력으로 들어가 기존 인력에 추가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사측의 전향적인 제시안이 없으면 파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내 지정장소에 천막을 설치하고, 노조위원장은 단식 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측은 “원만한 교섭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부산공장 셧다운(가동중단)을 진행했다. 이번 교섭에서도 진전 없이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달 말 두 번째 셧다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