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호황 멈췄어도 '법인세'는 더 걷혀…업계 “기업 부담 낮춰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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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이어진 세수호황이 올해 들어 중단되는 모습이지만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는 유일하게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호황과 법인세율 인상 영향이다.

업계는 '많이 번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낸다'는 원칙엔 공감하면서도, 법인세 부담이 기업 투자여력 저하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임에도 우리나라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 세법개정으로 법인세율을 조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까지 거둬들인 국세수입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은 법인세가 유일하다.

국세수입은 크게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분되고 일반회계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교통세·관세·기타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1분기 거둬들인 부가치세, 교통세, 관세, 기타는 작년 동분기와 비교해 모두 규모가 줄었다. 소득세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걷혔다. 특별회계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1분기 전체 국세수입은 작년보다 8000억원 줄었다.

법인세는 유일하게 작년보다 많이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세는 3월까지 22조2000억원이 걷혔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4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작년 반도체 수출이 양호했던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올해 거둬들이는 법인세는 작년 기업 실적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2017년보다 29.4% 많은 1267억달러를 기록했다.

법인세가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세법을 개정해 법인세율을 인상한 영향이 올해 처음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세법을 개정해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에 대한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인상된 최고세율은 지난해 처음 적용돼 올해부터 실제 세수실적에 반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1~3월 법인세가 작년보다 늘어난 것은 최고세율 인상 영향도 있다”면서 “다만 최고세율 인상으로 법인세가 얼마나 더 걷혔는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법인세 부담 때문에 기업 투자여력이 떨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 전반을 고려했을 때도 최근 설비투자가 지속 감소세인 만큼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 부담을 낮춰 기업 투자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근 5년간 법인세를 내린 국가는 14개, 올린 국가는 6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법인세율(최고세율 기준)은 OECD 36개 회원국 중 일곱 번째로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많이 낸 기업이 법인세를 많이 내는 원칙은 물론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우리 기업 투자여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 세분화를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이 미약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부가 법인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