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 만드는 연구 착수

김진회 건국대 교수
김진회 건국대 교수

의료용 돼지 몸 안에서 인간에게 이식 가능한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가 처음으로 착수된다.

건국대학교(총장 민상기)는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를 열어 인간화돼지 연구센터가 신청한 '인간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면역결핍돼지 배아 내 이식 연구'를 승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면역결핍돼지 초기배에 주입한 후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해 돼지 몸에서 인간 고형 장기를 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관련 연구 승인은 세계 최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피부세포 등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가진 원시 생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다. 인간 난자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

2014년 김진회 건국대 교수 연구팀이 성공해 발표한 면역결핍돼지를 고도화했다. 이종 간 장기 이식 벽을 넘어 환자 맞춤형 장기를 면역이 결핍된 돼지 몸에서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는 '키메라 장기'라고도 불린다.

인간화 돼지연구센터는 면역결핍돼지 배아에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식해 발달을 유도함으로써 돼지에서 인간 면역체계를 구성한다.

인간화 돼지 연구 개요도
인간화 돼지 연구 개요도

기존 종간 키메라 연구는 쥐에서 췌장 생산을 구현했다. 2017년 미국 연구자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돼지 키메라 배아 생산에 일부 성공한 사례는 있다.

이번 연구가 성공할 경우 인간 면역체계를 장착한 인간화 돼지 생산이 실현된다.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단백질을 정제해 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용 의약품 개발이 가능하다. 전쟁, 테러 등 위기 상황에서는 부상자에게 수혈할 혈소판을 무제한 생산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생물학적 국가 위기상황에서는 병원체를 돼지에 직접 주입해 백신 생산 시간을 기존 2~3년에서 2~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연구가 인간 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이후 진행될 연구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 이식에 필요한 환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쓰면 인간화 돼지에서 생산된 장기는 환자 세포에서 유래된 장기이기 때문에 이식에 따른 면역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