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국회 정상화, 정치문화 선진화가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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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법은 문화와 전통의 일부다. 그러나 문화와 전통은 법 개념에 관한 명확한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 결과 서로 충돌하는 다양한 관념이 문화와 전통 속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입법기관으로서 법에 권위를 부여하는 국회에서는 이러한 관념의 충돌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개정 법률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그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 극한 대립이 있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7년 만에 국회에서 이들 세력 간 충돌이 발생했다.

국회 선진화법 제정 이전에 우리 국회는 중요한 정치·사회 의제가 상충할 때면 으레 물리력을 동원한 충돌이 발생하곤 했다. 흔히 일컫는 '동물국회' 시대였다. 국회 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회의장과 의장석을 점거하고, 책상과 집기류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를 뚫기 위한 쇠망치·노루발못뽑이(빠루)·전기톱 등이 등장했다. 급기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18대 국회(2008∼2012년)는 이런 후진형 정치 문화를 개선하고 국회의장 직권 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을 당시 여야 원내대표 공동 대표 발의로 통과시켰다. 그 결과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의 무력 충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법안가결률이 떨어지는 이른바 '식물국회' 현상이 나타났다.

17대 국회에서 25%에 이르던 국회 법안가결률은 20대 국회 들어 11%대까지 급락했다.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떠한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차라리 동물국회가 낫다'는 비판마저 터져 나왔다. 지금 당장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한다고 해도 법을 만드는 국회 고유의 기능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국회에서 정당 간, 국회의원 간 충돌은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돌 결과물이 '동물국회' '식물국회'가 돼선 곤란하다. 생산성은 낮고 파행은 잦은 식물국회 논란 속에서 7년 만에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국회법을 고쳐서 새로운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한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헌법 권한을 고려할 때 아무리 좋은 정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국회의원과 정당 문화가 선진화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일하는 국회법'(법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의 소위원회를 매달 2회 이상 개최토록 명시) 시행이 오는 7월부터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 시각이 많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달부터 '일하는 국회법'을 조기 적용키로 합의하고 지난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회하고자 했지만 한국당 보이콧으로 무산된 바 있다.

정치가 고도로 발달한 영미권에서 의회 운영을 위한 법률 체계를 정밀하게 갖추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오랜 기간 그들 나름의 의회 전통을 만들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된 사례가 흔하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 간 대립 구도 속에서도 법안 논의와 협상의 끈을 계속 이어 가고 있다.

법은 권위와 함께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관점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권위를 상실한 입법기관이 만드는 법률 아래에서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20대 국회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가 만드는 법이 사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치권 스스로 그들 문화를 어떻게 선진화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영수회담이 곧 열릴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국회 운영과 정치 문화 선진화를 위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서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jhlim7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