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이어 LG·한진·두산도 '총수 세대교체'…“대기업 지정제도 고쳐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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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며 “4세대로의 지배구조 변동 시작”이라는 표현을 썼다. 작년 삼성에 이어 올해 LG, 한진, 두산의 동일인(총수)이 3·4세 경영인으로 변경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변화는 공정위에 숙제를 남겼다. 1987년 1세 경영인 중심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가 30년이 넘은 현재까지 유효하냐는 지적이다. 명문화 된 규정이 없는 총수 지정 요건 등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슈분석]삼성이어 LG·한진·두산도 '총수 세대교체'…“대기업 지정제도 고쳐야” 목소리도

◇삼성 이어 LG·한진·두산까지…'3·4세 경영인 총수시대' 열렸다

공정위는 15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59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34개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추가 지정했다.

올해는 총수 지정이 최대 이슈였다. 기존 총수의 사망으로 변경이 불가피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3세 경영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4세 경영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나란히 총수로 지정됐다. 지난해 삼성 총수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변경된데 이어 올해 3·4세 경영인이 대거 총수로 등극하면서 세대교체가 본격화 됐다는 평가다.

3·4세 경영인으로 총수 변경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차,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건강상태 악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총수로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차도 총수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낼 때 정몽구 회장의 자필서명 제출이 늦어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정몽구 회장 건강상태에 대한 의사 소견서, 자필서명 등을 종합 고려해 총수를 정몽구 회장으로 지정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도 총수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향후 총수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두 그룹 모두 올해는 총수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자타공인 '그룹 정점' 인정…규제는 부담

대기업집단이 총수 지정에 민감한 이유는 두 가지다.

그룹 전체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점'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공인 받는다는 점에서 첫 번째 의미가 있다. 총수 지정 요건은 법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분율 등 정량적 요건, 지배적 영향력 등 정성적 요건을 함께 본다. 예컨대 지분율이 다른 이보다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그룹의 대규모 투자 결정, 임원 인사 등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면 총수로 지정될 수 있다.

한진 사례에서 총수 지정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한진은 조양호 전 회장의 급작스런 별세로 총수 변경 사유가 생겼다. 그러나 막판까지 '누구를 총수로 하겠다'는 입장을 보류했다. 공정위가 총수로 지정하는 이가 '후계자'로 인정받는 상황이라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결국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김 국장은 “한진은 내부 의사가 합치되지 않아 총수 변경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가 직권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총수 변경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총수가 누구냐에 따라 공정거래법 규제를 적용받는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총수가 바뀌면 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범위가 달라지는데, 이들에게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사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공시·신고의무가 적용된다.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는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이 추가 적용된다. 총수의 특수관계인에게는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이 적용된다. 총수 자신은 공정위에 허위자료 제출 시 직접 검찰 고발 대상이 되는 등 부담도 있다.

2017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공정위를 찾아와 “자신을 총수로 지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도 각종 규제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2017부터 3년 연속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고, 총수(이해진)는 변경하지 않았다.

김 국장은 “과거 네이버는 ㈜네이버를 총수로 지정하도록 변경 요청을 했지만 공정위가 직권으로 이해진을 총수로 정했다”면서 “올해는 변경 신청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슈분석]삼성이어 LG·한진·두산도 '총수 세대교체'…“대기업 지정제도 고쳐야” 목소리도

◇제도 실효성 논란과 혼란…“절차 개선은 검토”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1987년 처음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운영한 이후 그간 바뀐 사회·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1세 경영인에게 적용했던 규제를 30년이 지난 지금 3·4세 경영인에게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다. 순환출자 등 과거 '재벌'이 갖고 있던 문제에서 자유로운 카카오, 네이버 등 벤처 출신 ICT 기업이 대거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는데 이들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규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에 한진 총수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관련 혼란에 대해선 개선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우리 경제 상황에서 최소한의 규제”라면서 “ICT 기업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도 영업에 많은 지장이 있을 것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대기업집단 지정 일정을 연기하면서 불거진 문제 등을 고려해 투명성,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절차 관련 (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