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상생과 협력에도 ICT가 중요하다

[리더스포럼]상생과 협력에도 ICT가 중요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과 협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잘 안 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생과 협력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21세기 정보통신기술(ICT) 상생협력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게 할 수 있다.

상생과 협력은 다수 참여자 간 자원·기술·정보·지식의 획득과 활용, 생산 프로세스 변경, 협력 과실의 합당한 배분 등에 대해 협상·합의·계약을 맺고 경쟁력 제고나 이익 증대를 공동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모두의 선한 마음만을 가정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간 신뢰가 지속해서 형성되고 유지돼야 한다. 대부분 상생·협력 상황에서는 흔히 '죄수 딜레마' 현상이 나타난다. 일부 참여자가 자신만의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참여자와의 약속을 깨고 신뢰를 저버리면 일시로는 다른 참여자, 장기로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참여자에게 각각 손해를 준다.

성공한 상생·협력 관계가 되려면 모든 참여자가 착한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실체와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상생협력팀을 꾸려야 한다. 모두에게 플러스가 될 수 있는 협력의 이익과 배분 합리화 방안이 비전으로 분명하게 제시되고 공유돼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를 저버릴 경우 벌칙은 충분히 커야 한다. 협력 기회가 한 번밖에 없는 경우라면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만 이익을 볼 수 있어 성공하기 어렵다. 공동의 이익이 있고, 미래에 협력 기회가 계속되고, 벌칙도 충분히 큰 경우라 하더라도 상생·협력은 실패할 수 있다. 참여자마다 인식하는 이익과 벌칙이 다르거나 다음 협력 기회가 너무 먼 미래에 있거나 일부 참여자에게 갑자기 어려운 사정에 생긴다면 상생·협력 관계는 위험해진다.

예를 들어 경제 상황이 침체되는 경우 일부 어려워진 기업에 미래의 공동 이익을 기다리게 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잘 디자인된 벌칙이 상생·협력에 매우 중요하다. 벌칙은 간단명료해야 하며, 신속하고 확실하게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효과 있는 벌칙을 적용하려면 신뢰를 깨는 경우 누가 언제 그랬는지를 빨리 알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상시의 시장 모니터링과 신뢰 파기의 신속한 탐지는 필수다.

과거에는 상생과 협력이 주로 도덕성 명분, 법제도 규제, 인물 인증, 규범성 징벌 등 아날로그 형태의 절차와 제도로 운영됐다. 그러나 21세기 사회에서 상생·협력은 더 이상 기업과 사람 간의 것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 상생·협력 대상은 무수히 많고, 복잡 다양한 관계는 생멸하고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 더 이상 지난날의 제도로는 엄청나게 복잡한 상생·협력 관계를 형성하거나 운영시킬 수도 없고, 반칙과 오류 탐지 및 대응 조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상생과 협력을 이야기할 때는 사회, 문화, 기술, 경제 등 전 분야에서 실행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기술 측면에서 수도 많고 급변하는 참여자의 신분 확인과 신뢰성 검증이 실시간 수행돼야 한다. 또 참여자에게 (정보 제공) 비용 부담을 추가시키지 말고, 협력 마당(예를 들면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시그널의 실시간 관측을 통해 신뢰 파기 행위를 방지하거나 탐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실효성 있는 벌칙의 신속한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경제 측면에서는 신뢰성 검증 비용, 모니터링 및 탐지 비용, 벌칙 집행 비용 등의 부담이 제대로 고려돼야 한다. 또 전체 시스템 구축, 운영 및 유지 비용 등이 상생·협력을 통한 전체 이익보다 작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익이 참여자 간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합리 배분이 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5G 통신망은 사람과 사물 간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게 하고, 빅데이터(시그널)의 수집·관측·분석·응용 기술 발달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 능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상생·협력이 구현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ICT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상생과 협력은 기술로나 경제 현상으로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정부와 기업이 상생과 협력을 이야기할 때는 모호한 공동 이익과 모두의 착한 선택만 강요하지 말고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화해서 제시하고, 참여자 스스로 결정한 선택 결과가 이익을 만들고 합리 배분이 되게 하는 ICT 기반 상생·협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상생협력 시스템은 산업과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행정 등 다른 분야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김우봉 건국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woob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