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선배 죄송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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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선배 죄송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언론사에 입사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20여년을 돌아볼 때 기자 모집 공고가 가장 많던 시기는 1999~2000년으로 기억한다. 당시 6개월 단위로 신입기자를 공개 채용했다. 당연히 경력공채(수시 채용 포함)은 훨씬 더 많았다. 벤처붐을 타고 언론사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인 데다 인터넷 매체 창간으로 이직 수요도 많던 시절이었다.

최근 당시 못지않게 언론사의 공식·비공식 채용 공고가 눈에 많이 띈다. 비단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 상황도 비슷한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신입보다 경력 채용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원인을 곰곰이 따져봤다. 언론사 자체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공개 구인 공고를 낼 정도의 회사는 여전히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경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럼 원인은 뭘까.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수요·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공급은 채용하는 회사 입장이 아닌 구직자 입장이다.

언론사는 겉으로 보기에 여전히 괜찮은 직장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구직자 입장에서 좋은 직장은 아니다. 상명하달의 강압적 조직 문화가 남아 있고, 요즘 추구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가능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과도 거리가 있다. '90년대생이 몰려온다'는 책이 화제였다. 1982년생 저자가 바라본 요즘 사회 초년병인 1990년대생과 일, 직장 등의 관계를 풀어낸 책이다. 내용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터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하고, 참여를 통해서 인정욕을 충족시키려 한다.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헌신의 대상을 회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삼는다. 안정을 추구하는 공무원을 선호하지만 창업을 꿈꾸기도 하고, 언제든 이직과 퇴사를 생각한다.

최근 언론사의 연이은 채용 공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커리어 컨설턴트가 올린 것이라며 받은 글이 있다. 1990년대생의 회사 선택 기준에 관한 것이다. 몇 개를 추려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회사의 비전과 의미가 나의 가치관과 비슷한가. 일을 '덕질'하듯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재미가 있으며, 그 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가.”

명확한 기준과 고민의 깊이에 놀랐고, 무엇보다 모든 질문의 주어가 '나'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히 놀랐다. 컨설턴트는 “기업도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는 인재를 잡고 싶고, 적당히 일하는 사람이 싫다면 이런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돌이켜볼 때 우리 세대는 어땠을까. 20여년 전 나를 가르치고 끌어 주던 그때의 부장에게 나는 어떤 세대였을까. 그때 그분들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아마도 그들을 '꼰대' 또는 그에 준하는 무엇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를 맞아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지금의 부장이 되고 보니 어느덧 나도 '꼰대'가 되어 있다. 그들의 사고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을 하긴 하지만 말과 행동은 전혀 쫓아 가지 못한다.

20년 전 선배들도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들도 당시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갔을 모든 선배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선배, 죄송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래도 많이 배웠습니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