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닝크 ASML CEO, 김기남 삼성 부회장 만난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피터 베닝크 ASML CEO. <사진=ASML>
피터 베닝크 ASML CEO. <사진=ASML>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 핵심 인사인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을 만난다. ASML은 차세대 반도체 미세화를 위한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만드는 네덜란드 회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1, 2위 D램 반도체 제조사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양산을 시작한 EUV가 메모리로 본격 확대될 지 주목된다.

베닝크 ASML CEO는 20일을 전후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잇달아 회동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SML 장비를 구매해 사용하는 고객사로, 베닝크 CEO는 최고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ASML과 삼성, 하이닉스 간 논의는 반도체 초미세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EUV는 반도체 초미세화를 구현할 차세대 노광 기술로 꼽힌다. 노광은 웨이퍼 위에 특정 광원을 쏘아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광 공정에는 불화아르곤이 광원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반도체 회로가 10나노 이하 등 초미세로 설계되면서 기존 노광 기술은 한계에 이르렀다. 불화아르곤으로는 더 이상 미세 회로를 새겨 넣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ASML EUV 노광장비 <사진=ASML>
ASML EUV 노광장비 <사진=ASML>

새롭게 고안된 것이 EUV다. EUV는 불화아르곤보다 파장 길이가 14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 구현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EUV는 더 복잡한 멀티패터닝 공정도 줄일 수 있어 반도체 고성능화와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보유한 장비 업체는 ASML뿐이다. 장비 가격이 대당 1500억원에 이른다. 상당한 고가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 장비를 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에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위한 EUV 전용 라인을 건설하고 있고, D램 메모리 생산에도 EUV를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건설하고 있는 경기도 이천의 M16 공장에 EUV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등 EUV 공정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ASML 관계자는 베닝크 CEO 방문에 대해 “방문 목적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협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베닝크 CEO는 한국 인재를 수혈하기 위해 'EUV 전도사'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1일 한양대 행당캠퍼스를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 회사를 소개하고, EUV 리소그래피 공정 기술 세미나도 연다. 외국의 주요 장비사 CEO가 직접 한국 학생을 마주하는 것은 이례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