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불필요한 규제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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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불필요한 규제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열쇠

불필요한 규제 철폐는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화두였다. 정부는 때때로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며 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규제는 필요하다. 어떤 행위를 막아서 포기해야 하는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사회 가치가 크다는 명분이 있다면 정부 주도 규제는 마련해야 한다. 규제가 보호하는 가치는 인권, 약자, 환경, 특정집단 생존권 등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에 따라 놓치는 가치와 지킬 수 있는 가치의 중요성이 달라지면서 발생한다. 명분이 설득력을 잃고 경제 손실이 커진다면 규제 폐지가 합당하다. 그러나 명분과 실리를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제때 필요가 없는 규제를 솎아내기는 어렵다.

정부는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특정 산업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해 주는 것이 골자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모래성을 쌓으며 창의력을 기르듯 기술과 아이디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에서 산업 간 융합과 혁신을 일구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이라는 세계 흐름 속에서 기업가를 옥죄고 있던 규제를 한시나마 풀어 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는 단기 수단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장기 과제는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진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장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열쇠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만능주의에서 당사자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당사자주의는 정부 규제가 아니라 이해관계 당사자 간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한층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세상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사안에 관여하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

물론 당사자주의는 모든 사람이 직접 조정이라는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 변호사 등 중재자가 당사자를 대리해서 논리로 부딪치면 된다. 다양한 집단을 대리할 중재자 수가 모자라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 2배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도 좋다고 생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와 함께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를 철폐하고 당사자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조정이 힘의 논리로 이뤄진다면 약자는 다시 정부와 규제를 찾게 되고, 당사자주의는 정당성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투명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 세계 사례를 봐도 자원 부국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한 산업 국가는 사회 자본과 경제력의 풍요가 비례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에 대한 복지 강화다. 많은 규제가 생존권 보호를 위한 명분으로 마련되지만 복지 기반이 탄탄하면 생존권을 위협 받는 이는 준다. 기존 산업 종사자가 규제를 생계 보호막으로 보고 이를 지키기 위해 격렬하게 투쟁할 이유가 없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로 새로운 시도를 옭아맬 명분도 결국 약해진다.

국민은 복잡한 시대 속에서 규제 대국이 도태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당사자주의로의 전환,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 조성, 복지 강화라는 세 가지 열쇠로 혁신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