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짜 점심은 없다

[관망경]공짜 점심은 없다

한국전력공사가 올 1분기 연결기준 60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사상 최악 실적이다. 그런데 실적 발표 당일 한전이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실적설명회를 열었다. 정부 청사에서 개별 기업이 실적을 설명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전 발표 이후에는 산업부 관계자가 직접 나서서 관련 브리핑을 했다.

한전과 산업부 관계자는 입을 맞춘 듯 원전가동률이 높아졌으니 한전의 부진한 실적은 '탈원전'(에너지 전환)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로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전 실적이 나빠진 게 아니고,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 것으로 보인다. 요금 인상이 절박한 한전 입장에서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정부 정책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끌려나온 꼴이 됐다. 프랑스 인형극인 마리오네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어떤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탈원전 정책은 미래 세대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해야 한다. 부담은 공기업 한전에 돌아간다. 손실을 본 한전은 다른 곳에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것이 송배전 설비나 안전 설비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정책적 비용 인상은 없다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에너지 전환에 맞춰 합리적으로 요금을 조정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