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말 바꾸기...셋톱박스 제조사, 공정위 신고

브로드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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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이노피아테크가 브로드컴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셋톱박스 유지보수 기술지원 이관 계약을 앞두고 브로드컴이 기술지원 입장을 번복해 사업 차질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골자다.

이노피아테크는 삼성전자 셋톱박스 유지보수 기술지원 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브로드컴이 약속과 달리 기술지원을 거부하자 공정위에 신고했다. 브로드컴은 당초 이노피아테크를 비롯해 입찰에 참여한 3개 셋톱박스 제조사 모두에 기술지원 확약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자 브로드컴은 “한국 기술지원 인력한계로 기존 제조사만 지원 가능하며, 신규 제조사 지원은 어렵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이는 브로드컴이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제조사에만 기술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이노피아테크는 브로드컴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브로드컴이 발급한 기술지원 확약서는 법적 효력이 있지만, 브로드컴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 조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노피아테크가 법적 소송보다 공정위에 신고한 이유다. 브로드컴이 기술 지원 대상을 '기존 제조사'로 한정함으로써 입찰 참여 3개 업체 중 브로드컴 시스템온칩(SoC)과 케이블모뎀 사용 비중이 높은, 기존 기술지원 대상 1개 업체만 유리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브로드컴이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입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신규 제조사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 이노피아테크는 삼성전자 셋톱박스 기술지원 이관 계약 체결이 불가능하다. 앞서 이노피아테크는 입찰에서 삼성전자 셋톱박스 유지보수 기술지원 수행 등을 높게 평가받았다. 다만, 이노피아테크는 브로드컴 시스템온칩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노피아테크는 브로드컴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브로드컴 관계자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표>브로드컴 기술지원 확약·번복 일지

브로드컴 말 바꾸기...셋톱박스 제조사, 공정위 신고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