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ICT제조·게임 시장 뛰어넘은 '핀테크'...전통 금융시장 붕괴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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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핀테크 시장에 유입된 신규 투자 금액 규모가 3년 새 정보통신기술(ICT)제조와 전기·기계·장비, 화학소재, 게임 산업을 뛰어넘었다.

그동안 수익보다 비용의 개념이 강했던 디지털금융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모바일 결제 등의 결합으로 몸값을 높여, 우리 경제를 이끌어오던 하드웨어와 장비산업보다 더 많은 돈이 몰렸다. 핀테크 시장에 대한 장밋빛 버블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온 수치다.

금융위원회가 국내 최초로 최근 10년 새 핀테크 산업 동향을 조사, 공개했다. 성장 속도에 대한 긍정 시그널이 다수지만, 해결 과제도 남겼다. 이제 핀테크 산업이 전통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디지털 혁신'의 마중물이 됐다.

전자신문이 금융당국이 발간한 10년치 핀테크 산업 투자 규모와 업종별 신규 투자 산업을 비교 분석했다.

[이슈분석]ICT제조·게임 시장 뛰어넘은 '핀테크'...전통 금융시장 붕괴 '서막'

◇디지털 금융, 게임을 넘어서다

최근 국내 핀테크 기업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 2008년 핀테크 기업 투자는 불과 250억원이었다. 2012년 들어 1800억원으로 급등했고 2013년 2136억원, 2017년 3709억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기준 핀테크 산업은 ICT제조(1566억원), 전기·기계·장비(2407억원), 화학·소재(1270억원), 영상·공연·음반(2874억원), 게임(1269억원) 분야 투입된 신규 투자 금액을 갱신했다. 2012년부터 100억원 이상 투자건수만 38건, 총 투자 건수도 195건에 육박했다.

시기별로 다소 투자금액 편차가 심하지만 최근 결제, 송금 분야 투자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도 초고속 성장

한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가 디지털 혁신 중심 핀테크 산업에 막대한 투자와 융합을 지속한다. 핀테크가 금융업 혁신 요소로 인식되면서 각종 투자는 물론 전통 금융기관도 핀테크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기준으로 2013년 290조원에 머물렀던 핀테크 시장은 성장률 28%라는 가공할 추이를 보이며 빠르게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다.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터(PE)펀드 핀테크 투자 규모도 연 139건을 상회한다.

이 같은 성장은 핀테크가 과거 금융의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디지털 채널 혁신이 급격히 발생하면서 소위 '돈 되는 미래 산업'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또 산업도 세부적으로 나뉘면서 여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위주의 네오뱅크, 간편송금, 해외송금 등 결제 및 송금 시장, 크라우드펀딩과 개인간(P2P) 대출 등 자금조달·대출 시장, 로보어드바이저, 종합자산관리 등 자산관리 부문, 미니보험, P2P보험 등 인슈어테크 등 시장 다변화가 급물살을 탔다.

핀테크 투자는 2015년부터 중국 약진으로 미국 주도 핀테크 시장 구조가 급속히 재편 중이다. 한국은 2016년부터 투자 규모 증가로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

◇한국,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해결 과제도 상존

국내 핀테크는 금융서비스 전당 체계를 파괴하거나 인프라를 우회, 대체해 금융서비스 전반을 빠르게 혁신하고 있다. 기존 금융 서비스도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핀테크 산업은 크게 5가지로 분류된다. 각 영역에서 한국도 시장 지배력이 높은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했다.

우선 새로운 개념의 네오뱅크가 등장했다. 이른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시장의 우려에도 새로 출범했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연착륙에 성공했다. 오픈 후 14개월 만에 고객 계좌 694만개를 유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결제, 송금 분야도 뜨겁다. 간편결제 시장이다. 삼성페이를 기점으로 LG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이종 기업의 시장 진입이 촉발됐다. 1020세대는 은행 계좌대신 스마트폰 기반으로 생활한다.

자금조달과 대출 시장은 P2P 대출과 크라우드펀딩 등 직접 연결 플랫폼 시장이 도래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P2P기업만 57개가 설립됐고, 대출 잔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자산관리 시장에서는 AI 기반 투자자문업이 확대일로다. 뱅크샐러드, 브로콜리, 쿼터백 자산운용 등 기존 금융 시장을 대체할 가공할만한 플랫폼을 보유한 '슈퍼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인슈어테크 시장이다. 보험업을 재편하고 있다. 상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이색 보험 상품이 속속 출현 중이다. 여기에 챗봇을 응용하고 빅데이터 기반 자동 심사, 간편 청구 등을 도입했다.

이 모든 핀테크 산업은 플랫폼이 좌우한다. 바로 테크핀 산업으로 성장을 앞두고 있다.

◇테크핀 시장 도래, 해결과제는

테크핀 시장에 진입하면 한국 핀테크 체질로는 해외 글로벌 시장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규제완화와 사업자가 속속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플랫폼을 능가할 만한 인프라를 보유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 은행 등 금융기관과 협업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핀테크 산업 성장의 이면에는 바로 스마트폰 대중화 덕택이다. 모바일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가 늘어나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게 가장 크다.

로아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핀테크 기업은 미국 12개, 중국 8개, 영국 2개, 네덜란드 1개, 스웨덴 1개, 인도 1개 등이다. 한국은 없다. 다시 말해 국경 없는 핀테크 생태계에서 시장 지배력을 잠식한 키플레이어가 없다는 말이다. 일반 제조처럼 내수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컨소시엄을 형성하거나 자사 사업 영역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할 때 한국은 시장 자체가 종속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구글은 전자지갑 구글월렛, 애플은 근거리통신(NFC) 기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아마존의 아마존페이먼트 진영에 대응할 핀테크사는 한국에선 없는 상황이다. 결국 규모가 작은 한국 핀테크는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우선 지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범 사례로 스트라이프, 트랜스퍼와이즈가 꼽힌다. 스트라이프는 자사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앱에 삽입한 회원에게 글로벌 고객 대상으로 한 지급결제와 7일 안에 대금을 지급해주는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세계 139개국 통화와 비트코인, 알리페이 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트랜스퍼와이즈는 해외 송금 의뢰자와 수탁자를 자국 내에 매칭, 실제 국경간 송금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총액의 0.5%만을 수수료로 수취한다. 일반 금융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김종현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관할하는 금융당국,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연구기관, 서비스 제공회사, 투자사, 그리고 금융회사로 구성된 에코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