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터리 소송전, '국가핵심기술 유출' 논란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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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배터리 분야 국가핵심기술 보호 논란으로 불이 옮아 붙었다. 국가핵심기술 관리와 중재자로서 정부 역할론도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미국 소송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위해 조만간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LG화학이 수출 승인을 신청하면 산업부는 전기전자 분야 전문위원회를 열어 해당 자료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한 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수출 여부를 승인하게 된다.

국내 소송과 달리 미국 소송은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 절차를 두고 있다. 공판에 앞서 원원·피고 쌍방에게 소송과 관련된 문서와 데이터 등 방대한 증거 제출이 의무로 돼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과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LG화학)>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자동차용 등 중대형 고에너지밀도(파우치형 기준 250Wh/㎏ 이상) 리튬이차전지 설계, 공정, 제조 및 평가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증거개시 절차가 시작되면 양사와 법원은 물론 로펌, 민간 전문가가 심사를 위해 내용을 열람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될 개연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LG화학 관계자는 “제3자 열람이 불가능하고 유출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따르는 등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기술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를 놓고 국가핵심기술 보호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산업부는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계기로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해외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장치 정비에 나섰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분야에서도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이 장기화하면 양사 경쟁력 훼손과 국가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중재 방안과 기술 보호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송 핵심이 인력 유출이고, 이는 배터리 전문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만큼 3사와 대학이 협력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산업부, 국가정보원, 특허청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소송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정부가 개입하면 특정 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피해가 구체화되기 전까지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 간 기술 유출 소송은 당사자 간 문제로 국가가 개입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면서 “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특정 회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전문위원회를 열어 제출되는 자료에 대한 보안 조치와 기술 범위를 산정하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학계 전문가는 “소송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해 원천 기술 여부를 소명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면서 “쌍방 협의를 통해 재판 이전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