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충전하러 주유소 들른다…쉘·BP·토탈 등 정유사, 내년부터 충전기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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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BP·토탈 등 주요 정유사, 내년부터 초급속 인프라 구축

유럽의 주요 정유사 로열더치셸(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토탈이 내년부터 자사 주유소에 전기차용 초급속충전기를 구축한다. 유럽의 자동차 배출 규제 강화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유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개막한 전기차·충전 심포지엄 'EVS32'에서 쉘의 자회사인 '뉴모션'과 프랑스 정유사 토탈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부터 유럽 내 주유소에 초급속 충전기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쉘은 영국에 약 90곳의 주유소에 초급속 충전기(350㎾급) 100여대를 포함해 독일 등 유럽 전역의 주유소에 충전인프라를 수백대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토탈은 프랑스 내 100곳의 주유소에 150㎾·350㎾급 초급속 충전기를 운영하기로 했다. BP도 영국 중심으로 자사 주유소에 초급속 충전기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EVS32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셉 빌렉(Seb Bielec 오른쪽) 뉴모션 영국 사업 총괄.
<EVS32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 중인 셉 빌렉(Seb Bielec 오른쪽) 뉴모션 영국 사업 총괄.>

셉 빌렉 뉴모션 영국 사업 총괄은 “뉴모션은 유럽에서 충전기를 10만대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64%가 완속 충전기, 나머지는 급속 충전기”라면서 “내년부터 쉘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쉘의 거점 주유소에 350㎾급 초급속 충전기를 설치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모션은 올해까지 진행한 시범 사업으로 과금 등 서비스 모델을 완성하고, 초급속 제품을 주유소당 1~2대 설치한다. 다만 주유소 내 기존 주유 설비는 그대로 두고 별도 공간에 충전 설비를 마련, 주유소와 충전소를 동시에 운영한다. 토탈 관계자는 “프랑스의 1만5000대를 포함해 유럽 25개 국가에 충전기를 7만5000대 운영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차용 초급속 충전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VS32에 참여한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자 뉴모션 부스.
<EVS32에 참여한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자 뉴모션 부스.>

유럽의 정유사들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충전인프라 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 쉘은 2017년에 유럽 최대 충전서비스 업체인 뉴모션을 1900억원에 인수했다. BP는 2018년에 영국의 '차지마스터', 토탈은 2018년에 프랑스 충전서비스 스타트업 'G2 모빌리티'를 각각 인수했다. 엔진 자동차 대상의 정유 사업을 넘어 전기차 충전서비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정유업계에도 감지된다. GS칼텍스는 서울 직영 주유소 7곳에 100㎾급 전기차 급속충전기 8대를 설치하고 지난 15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회사는 상반기 중에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 주요소를 거점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 설치, 전기차 확산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의 수도권 도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박규호 전기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유사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전기차가 촉발한 자동차 산업 변화가 정유, 부품, 사후서비스(AS) 등 관련 생태계 전반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산업계의 선제적·전략적 접근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리옹(프랑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