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의료기기 가격 공세..수술 건당 과금까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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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병원 의료진이 4세대 다빈치 Xi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 의료진이 4세대 다빈치 Xi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외산 의료기기 기업이 초기 도입비용 면제 등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도입했다. 가격 경쟁력을 가장 큰 무기로 내세워 오던 국산 기업은 외산 공세에 입지가 더 좁아졌다. 지속적인 임상으로 성능을 고도화하고, 틈새시장 공략 등 세밀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수술용 로봇 시장 1위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국내 주요 상급 종합병원 대상으로 다빈치 '리스' 정책을 제안했다. 유일한 단점인 높은 가격 부담을 일정 부분 해소,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복강경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는 대당 약 30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 장비다. 그러나 로봇 수술 확대와 시장 선점 효과로 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국내에서도 2017년 기준 전립샘암 수술 70%, 부분신장절제술 47%가 다빈치 장비를 이용했다.

최근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형 병원 중심으로 맞춤형 가격정책을 제시했다. 다빈치 로봇 수술이 많이 이뤄지는 대병 병원 대상으로 초기 도입 비용을 면제하는 파격 정책이다. 수술 횟수에 따라 가격을 받는 '리스' 개념이다. 수도권 대형 병원의 한 교수는 “초기 도입 비용 대신 수술 건당 사용료를 받겠다는 판매 조건을 제안 받았다”면서 “대당 수십억원이나 되는 가격이 도입에 가장 큰 장벽이었지만 이게 없어진다면 더욱 합리적인 조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리스 정책의 장점은 초기 도입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구매 후 리스크를 줄인다. 수술용 로봇은 병원이 구매하는 의료 기기 가운데 가장 비싼 장비에 속한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투자에도 환자가 적으면 투자 자본 회수가 안 돼 타격을 받는다. 두 가지 부담을 리스 정책으로 상쇄하면서 시장 입지를 강화한다.

가격 정책에 더해 최신 4세대 제품에 보급형 제품 라인업도 강화했다. '다빈치 X'는 중견·중소병원 대상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고급형 제품인 '다빈치 Xi'와 로봇 팔 등 기구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등 호환성도 높였다. 인튜이티브 서지컬 관계자는 “고객 상황에 맞게 가격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장 1위 기업의 공격적 가격 정책에 국산 제품 시장 안착에 먹구름이 끼었다. 미래컴퍼니는 지난해 3월 국산 제품으로는 최초로 복강경 수술용 로봇 '레보아이'를 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소화기 전문 병원에 처음 공급했다. 경쟁 제품인 다빈치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 전략에 추격이 쉽지 않다.

미래컴퍼니 레보아이(자료: 전자신문DB)
<미래컴퍼니 레보아이(자료: 전자신문DB)>

추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임상 시험으로 신뢰성, 성능 강화가 요구된다. 다빈치와의 직접 경쟁을 피해 자궁근종, 담낭절제 등 보급형 수술 시장에 주력하는 것도 전략이다.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최근 다빈치를 포함해 외산 로봇 수술 기기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성능 좋은 제품이 많이 출시돼 병원 경영진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면서 “레보아이 후임상 시험을 논의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라 기능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