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바이오헬스 전략 '데이터'에 방점..규제개선 관건

연세의료원 연구원이 환자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연세의료원 연구원이 환자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문재인 정부 첫 바이오헬스 분야 종합발전 전략은 이전 정권과 비교해 강력한 육성 의지를 보여준 동시에 '데이터'로 차별화를 꾀했다는 평가다. 기간산업 경제지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새 먹거리로 바이오헬스에 자원을 집중하되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은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미래형 자동차 등과 3대 중점 분야로 육성한다는 발표 이후 제시된 종합발전 전략이다.

전략 핵심 중 하나는 '데이터'다. 미래의학이 임상, 유전체, 생활습관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의학으로 전환되면서 데이터 확보가 곧 바이오헬스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정부도 데이터 중요성과 잠재력을 인정, 5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바이오헬스 육성에 핵심 무기로 활용한다.

우선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는 최대 100만명 규모 유전체 정보, 의료이용, 건강상태 정보를 담는다. 수집된 정보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등에 보관해 맞춤형 신약, 신의료기술 연구개발에 활용한다. 2021년까지 1단계로 2만명 데이터를 수집하고, 2029년에는 100만명까지 확대한다.

일부 병원을 '데이터 중심병원'으로 지정해 단일병원 단위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 국내 대형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500만~600만명에 육박하는 환자 정보를 축적했다. 이를 활용해 의료기기, 신약 등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데이터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고 병원 내 연구에 활용되도록 표준 플랫폼을 마련한다.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계획도 제시됐다. 10년 이상 막대한 시간과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 신약개발 노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후보물질 발굴, 약효 예측 등에 활용해 신약개발 비용은 절반으로, 시간은 4분의 1까지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바이오특허 빅데이터, 공공기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사업화와 연구를 돕는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 근간이 됐듯이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유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의료, 의약품 기술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 업계도 정부의 데이터 정책을 환영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번 혁신전략은 바이오헬스 경쟁력을 좌우할 데이터 확보와 활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는 등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개인 유전체를 분석할 기술이 나왔다”면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도 세계 수준인 상황에서 신약, 의료기기, 서비스 등에 접목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 전경(자료: 전자신문 DB)
병원 내 전경(자료: 전자신문 DB)

과제도 남았다. 데이터 관련 법령 개정과 사회적 합의 문제다. 의료정보 활용은 예전부터 추진됐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에서 제약이 있어 환자 동의 없이는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했다. 이번 전략에서도 법령 개정에 대한 내용이 빠진데다 정보 유출을 우려한 시민단체 반발도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데이터에 대한 철학과 정책은 제시됐지만, 가장 중요한 법제도가 빠진 점이 아쉽다”면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규제 개선이 중요한데, 시민단체 설득 등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