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이주 노동자, 의료사각지대 내몰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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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이주 노동자 건강 문제가 부각된다. 국내를 포함한 다수 국가 이주 노동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 의료사각지대에 몰린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런던대학교 글로벌 건강팀은 세계 25개국 약 1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주 노동자 중 다수가 저임금, 미숙련 근로자로 분류돼 신체정신에 대한 질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약 1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주 노동자는 미국과 유럽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 중 22%가 이주한 국가에서 제대로 된 치료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치료가 필요한 근로자는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한 근골격 통증, 강한 태양빛으로 인한 피부병 등을 앓는다.

조사 결과는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이주한 노동자도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주 노동자는 공사현장과 무역 거래소에서 다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부상 원인으로는 내부 의사소통이 어렵고 이주 노동자에 대한 안전 교육 시스템 부재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이주 노동자도 내국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각종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단, 심한 부상 등 손해가 커질 경우 적극적 권리 신청 시 언어 문제, 절차 복잡성 등으로 구제받기 어렵다.

의료시스템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에서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근로 계약이나 차별적 사회 인식이 존재한다. 합법 절차와 권리로 일하는 이주 노동자에게도 내국인과 차별하는 문화가 빈번하다. 사회적으로 노동권이 강한 영국은 근로 현장에 근로자를 위한 권리와 위험 요소 등을 다국어로 제공한다. 언어 제한으로 받는 차별을 방지한 조치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는 육체 부상만 아니라 고용주로부터 강제 추방 압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고립감 등 정신 질환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WHO는 이주 노동자 건강과 관련한 세계 문제를 이번 달 말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논의한다.

이반 이바노브 WHO 노동현장 건강 팀 리더는 “유럽 농업 지역, 중동 건설현장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곳에 이주 노동자가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WHO에서는 노동 문제에 대한 지속적 논의로 세계 이주 노동자가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다교기자 dk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