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인력 유출 소송전에 업계도 시끌시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인력 유출 소송전이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화두로 등장했다.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 처우와 인재 영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에너지·화학 라운지에는 연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 관련 글이 게재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기업간 소송과 달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임직원간 설전이나 감정싸움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오히려 많은 LG화학 임직원들이 처우 개선 대신 소송을 택한 회사에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사진=LG화학)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사진=LG화학)

한 LG화학 임직원은 “전지사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하면서 연봉과 성과급은 적으니 능력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든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옮기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퇴직자는 661명으로 이 중 자발적 퇴직자는 453명이었다. LG화학은 소송을 계기로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인력은 76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로 이직한 인력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이 역설적으로 LG화학 처우와 조직문화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이었다. 반면 LG화학 직원의 평균 연봉은 8800만원이다. 양사 주력 업종이 정유와 석유화학이라는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LG화학 연봉 수준이 동종업계 하위권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소송으로 인한 '역차별'을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번 소송으로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신규 이직이 제한되거나 LG화학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다.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LG화학은 직원 이탈을 방지하는 내부단속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