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웨이 사태, 정부 입장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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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화웨이 사태, 정부 입장은 있나

'화웨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까지 언급하며 중국 화웨이와의 일전을 선언한 이후 거래 중단을 결정한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사 BBC에 따르면 구글·인텔 등에 이어 세계적 반도체 설계 업체인 영국 ARM사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BBC는 회사 내부 문서를 입수해 ARM 측이 지난 16일 직원들에게 화웨이는 물론 화웨이 자회사와의 사업까지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미국이 한국 정부에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지지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화웨이 제품이 보안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용 자제를 요청했으며, 대중국 무역 정책과 관련해 동맹국으로서 동참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특정 업체를 콕 집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화웨이를 전부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달한 것으로 이 언론은 보도했다. 정말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청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미국 주요 동맹국이 반화웨이 전선에 동참한 점을 감안할 때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화웨이 사태가 이미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문제가 아니라 세계 산업과 시장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로 떠올랐다. 화웨이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미·중 두 나라 간 패권 싸움의 전초라는 관측이 높아 사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대표 교역국인 우리에게도 당장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엮여 있어 사태를 관망하고 있지만 이제는 정부도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식의 해법이 아니라 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업종별로 이해득실을 따지고, 사태가 더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시나리오도 세워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무역 패권 다툼에 희생양이 될 뿐이다. 정치권과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