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타다'를 탔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

[관망경]'타다'를 탔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

“타다를 탈 때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택시를 이용하는데 왜 마스크가 필요할까. 이유를 물었더니 “타다를 이용하다 들키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평소 관용차를 이용하지만 주말에 가족과 저녁 외식을 할 때면 아이들이 '타다'를 부른다고 한다. 마스크는 '신분 숨기기용'이었다. 이해가 충분히 된다. 얼마 전 택시기사가 분신해 숨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가 '타다'를 이용하는 모습이 알려지면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고,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

청와대 직원도 마찬가지다. '타다'는 청와대 가장자리에 위치한 춘추관까지만 온다. 춘추관은 기자가 이용하는 곳이다. 기자들은 '타다' 서비스를 눈치 안 보며 이용할 수 있지만 청와대 직원은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감히 그럴 수 없다.

요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타다 수장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팽팽한 설전을 이어 가고 있다. 최 위원장이 이 대표를 향해 “택시업계에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오만하다”고 비판한 것이 발단으로 작용했다. 막상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수장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 더 씁쓸하다. 청와대 역시 '사회적 대타협'만 강조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 대표가 이렇게까지 각을 세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타다' 운전자는 택시 운전자가 이용하는 기사식당에도 들어갈 수 없다. 신규 서비스라는 이유로 철저히 배척된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외치면서도 '혁신'보다는 '포용'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규제 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치지만 지금 상태라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멀리 있지 않다. 기업인이 자신 있게 자기 일을 하고, 응원 받는 문화가 되면 된다. 누구 하나 나서서 '응원'해 주지 않은 이 상황에선 혁신의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뭘 하기가 두렵다”는 기업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