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변죽만 울린 '제3인터넷전문은행'...정부 '원맨쇼'로 막내린 'ICT뱅크'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부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예비인가를 모두 불허했다. 당초 예상을 뒤엎고 두곳 모두 은행업을 영위하기엔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금융당국은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3분기 중 예비인가 신청을 다시 받아 4분기 재추진하기로 했다.

심사 결과를 놓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핀테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가 은행 라이선스 인가에 따른 리스크를 너무 큰 가이드라인으로 적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자본력이 탄탄한 키움뱅크 컨소시엄까지 탈락시킨 것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는 키움뱅크 사업 계획에 대해 '사업계획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미흡 결론을 내렸다. 이 기준을 두고 업계는 과연 혁신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치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키움 컨소시엄에는 업계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를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키움증권은 금융과 ICT를 융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14년째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증권거래에 최적화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영웅문' 등을 통해 객장 중심 주식 거래 문화를 온라인으로 바꾸는 금융투자업 메기 역할을 한 곳이다. 온라인 공모주 청약을 증권업계 최초로 실시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중심 인터넷은행 경쟁에서 SK텔레콤도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했다. 무엇보다 압도적 이동통신 1위 사업자다. 알뜰폰을 제외한 SK텔레콤 단독 이동전화 가입자는 작년 말 기준 2760만명에 이른다. 휴대폰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인터넷은행 활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 혁신 융합 사업이 기대됐다.

지난해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자회사 11번가는 12월 이커머스 모바일 웹·앱 통합 순방문자수 1위(1658만)를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이커머스는 긴밀한 협업이 가능한 영역이다. 지난해 취급고 4000억원을 넘긴 SK브로드밴드 자회사 SK스토아와 커머스 협력도 가능하다. SK텔레콤 킬러서비스인 T맵은 월간 이용자수가 1000만이 넘는다. 2016년 타사 고객에게도 무료 개방한 이후 T맵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 최근 공격적 영업을 펼치는 티맵택시까지 가세하면 빅데이터 활용은 물론이고 인터넷전문은행 활용도를 키울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를 실시한 이래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로열티 서비스 GLN,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합작한 디지털뱅크 라인뱅크, 대화형 인공지능 금융비서 하이(HAI)뱅킹, 현재 누적 회원 수 약 1500만명 금융권 최초 통합멤버십 플랫폼 하나멤버스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추진할 수 있는 텃밭을 갖췄다는 평가다.

토스뱅크에 대해서도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조달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는 간편송금, 무료신용등급 조회, 은행·증권사 계좌 통합 조회 등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지 않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킨 저력이 있다.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해외 벤처캐피털 자본을 끌어들인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불허 이면에는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받기에는 '100%'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기존 은행을 뛰어넘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만 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들 컨소시엄이 보유한 IT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무게를 더 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반기 다른 컨소시엄 참여까지 열어두고 다시 인가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이들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재추진에 다시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물론 이들 컨소시엄 이외에도 또 다른 이종기업이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불허로 자칫 규제 혁신 기조를 내세운 금융당국이 혁신의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까지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인가 불허에 대해 토스컨소시엄은 아쉽지만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토스컨소시엄 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는 “비록 새로운 은행 설립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2015년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 12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금융혁신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