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닛산·미쓰비시에 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와도 협력체 구성 임박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한다.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업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7일 로이터·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날 르노에 합병을 제안했다.

르노도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CA는 합병된 기업에 대해 FCA가 50%, 르노가 50%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한국 출시 예정인 르노의 배터리전기차(BEV) 신형 조에(Zoe).
2020년 한국 출시 예정인 르노의 배터리전기차(BEV) 신형 조에(Zoe).

두 회사는 네덜란드 소재 지주회사를 통해 합병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FCA 주주들에게 25억유로의 특별배당금을 지급하고 나서 양사가 통합 법인 새 주식 지분을 50%씩 소유하는 방식이다.

새 법인은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FCA는 합병에 따른 공장 폐쇄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피아트가 2009년 파산한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에 합류하면, 미국·이탈리아·프랑스·일본을 잇는 글로벌 동맹이 탄생한다.

판매 대수에서도 현재 글로벌 1위인 독일의 폴크스바겐을 가뿐하게 제치면서 최대 자동차 연합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각각 대표하는 피아트와 르노가 제휴를 주도하는 구도여서, 자동차 동맹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유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르노 측과 갈등을 빚었던 일본 닛산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생존을 위해 국경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합종연횡에 나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계적으로 신차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현실을 고려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양사 경영진은 다른 자동차업체와의 제휴 논의도 열려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