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상 좌담회]"글로벌 산업 파급력 큰 '디지털 통상'...우리도 실행 전략 확립해야"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디지털 통상(무역)' 다자 규범을 논의하는 '전자상거래 협상'을 시작했다. 다자 기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통상 국제 공통 규범을 정립하기 위한 논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디지털 통상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국가 간 교역활동 전반을 일컫는 개념이다. 제품 생산·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 관여한다. 디지털 통상 공통 규범이 정립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WTO 전자상거래 협상에 참여했지만 디지털 통상에 대한 입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다. 이에 디지털 통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방법과 세계 동향 등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전자신문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 통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안건형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경제통상과장, 신상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대표, 강유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과장, 윤영욱 뷰온 대표가 얘기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 통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안건형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경제통상과장, 신상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대표, 강유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과장, 윤영욱 뷰온 대표가 얘기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참석자(가나다순)]

강유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과장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

신상철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대표

안건형 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윤영욱 뷰온 대표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경제통상과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사회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WTO 등 국제사회에서 디지털 통상을 논의하고 있다. 디지털 통상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으며 우리는 왜 디지털 통상에 주목해야 하나.

◇김정곤(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디지털 통상은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 콘텐츠 등 국경 거래를 통칭한다. 전자상거래가 대표적인 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것이나 넷플릭스처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다 포함한다.

데이터 무역이라는 말도 간간히 쓴다. 내부 거래로 축적되는 데이터는 새 사업이나 혁신 영역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최근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최근 논의하는 5세대(G) 이동통신 기술이 나오면서 데이터 분석이나 측정이 용이하고 대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안건형(대전대 국제통상학과 교수)=WTO는 디지털 무역보다는 '이커머스(e-commerce)'라는 용어를 쓴다. 이커머스를 '전자 수단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의 제조·유통·마케팅·매매 또는 인도'로 간단하게 정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의를 내세우기보다 국경 간 디지털 무역을 한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도 이커머스라는 용어를 쓴다. 이커머스를 컴퓨터 네트워크 상 선행되는 구매와 매매로 정의한다.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하는 구글 같은 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벌고 있다. 디지털 무역이 발달한다는 것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무역이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제까지 100년 동안 정립됐던 모든 거래 질서가 한 순간에 와해될 수 있다.

◇윤영욱(뷰온 대표)=제너럴일렉트릭(GE)이 다우존스에 항상 포함돼 있다가 2년 전 다우존스에서 사라졌다. GE도 생존 전략으로 디지털화를 선택했다. 이처럼 (디지털 통상은) 과거에 있던 생활방식이나 태도를 완전히 파괴한다. 생각보다 흐름이 빠르다.

◇사회=국내 대응수준에 대해 논의하겠다. 디지털 통상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는 체결되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전자상거래 챕터를 넣고 WTO 전자상거래 규범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 제도와 대응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강유민(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과장)=디지털 무역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본질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거래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는 첫 번째 원재료, 두 번째 중간재, 세 번째 소비 상품이자 서비스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일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원자재인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보호하고, 활용과 관련된 인프라나 체계를 다룰지 말지 내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등 4개 법안을 3개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통과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내부 체제 정비 이후에 디지털 무역에 대응해야 한다.

◇사회=국내 법에서 디지털 정보 이전까지 범위를 확장해서 말한 것 같다. 기업들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고민을 해줬다. 통상 측면에서 말해달라.

◇이종석(산업통상자원부 디지털경제통상과장)=세 가지 측면에서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디지털 통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인데 이게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두 번째는 해석하는 시각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실행 전략이다.

우리가 디지털 통상이 왜 중요한지, 무슨 상관이냐는 얘기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와 냉장고를 팔아도 데이터가 오고간다. 여러 가지 서비스에 대해서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 전체 시장 데이터도 필요하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많이 하는 제조업 분야에도 데이터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산업 가치 사슬 전반에 필요한 것이다.

소비의 최종 단계에서만 연관되는 것이 아니고, 생산에서도 연관된다. 특정 산업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연관된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모든 산업이 디지털 통상과 연관된다. 특정 IT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략을 세워야 한다. 디지털 통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

미국은 디지털 프로덕트라는 용어를 끌어와서 제3의 카테고리로 특별하게 뭔가 다루자고 얘기한다. 유럽은 정반대 시각이다. 유럽은 디지털 통상을 상품 아니면 서비스로 본다. 그리고 기술 중립성을 굉장히 강조한다. 미국 얘기와 유럽 얘기가 들어보면 다 맞다. 해석하는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해석 방법론과 실행 전략이 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

◇신상철(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두 가지가 핵심이다. 데이터의 국가 간 흐름에 대해 명확하게 측정하고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나라는 데이터가 많이 흐르고, 어떤 나라는 조금 흐른다. 이것을 측정하고 과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제는 국민 보호, 산업 보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기반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서비스에 대해 원천 과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하는 기업에 원천 과세를 하면 각 나라마다 디지털 격차로 인한 불평등이나 무역마찰이 줄어들 것이다.

◇윤영욱=디지털 무역 근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경쟁력이 향상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얘기하지만 국가 내 전자상거래 비중을 보면 중국은 17%를 차지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8% 밖에 안 된다. 그만큼 데이터와 디지털에 관련한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맥킨지 디지털연계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상품 교역이 세계 8위 수준이지만, 데이터 교역은 44위에 그친다.

◇사회=안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다. 국내 디지털 교육 수준이 떨어지고 준비가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말해 달라.

◇안건형=무역학과에서는 무역 절차에 대해 필요한 계약이나 실무를 강의한다. 이렇게 가면 우리가 공부했던 지식이 필요 없다. 물품을 운송하고 환율을 관리하고 보험을 들고 결제하는 것이 무역인데, 3D프린팅 기술이 발달하면 정보만 국가에 보내주면 된다. 이것은 (기존) 무역이 아니다. 모든 것이 정보와 연결된다. 그래서 무역과 통상에서도 획기적인 교육 커리큘럼 변화가 없으면 따라갈 수 없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밀려나는 부분에 대한 재취업 교육이나 평생교육을 더 신경써야 한다.

◇사회=디지털 통상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관련단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정곤=디지털 무역으로 인한 이익은 데이터 축적과 활용에 의해 결정된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미국이나 중국이 디지털 무역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이 시장이 작은 입장에서는 디지털 무역 국제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우리에 맞게 어떻게 소화할지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통상 관련 법과 제도에 많은 부처와 산업이 얽혀있다.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전 국가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을 국내에서 원활하게 이끌고 관련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논의하면 디지털 무역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안건형=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정책도 사람이다. 청와대에 최소한 통합수석비서관을 둬서 정부 간 채널을 통합하는 확고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

기존에는 무역을 하려면 국내 기업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들였다. 지금은 매몰 비용이 거의 없다. 금방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세계 무역에 편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을 끌어낼 수 있는 디지털 무역 활성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 인센티브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강화 등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무역이 무서운 것은 몇 개 기업이 다 먹을 수 있다. 한국도 적극 참여해서 우리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도 지금 ICT 강국 얘기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회=업계에서 보는 디지털 통상 대응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윤영욱=통상 물품을 수출하고 상거래하는 기업만 디지털 무역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 분야에 여파가 안 갈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기업이 인식해야 한다. 디지털 무역이라는 말보다는 다른 형태로 인지하도록 용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신상철=데이터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지만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디지털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필요하면 데이터청, 데이터자산보호법을 만들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에서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사회=앞으로 디지털 통상과 관련해 해야 할 것은.

◇이종석=WTO는 정말 중요하다. 디지털 통상 규범 논의가 FTA 중심으로 가기 시작하면 미국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서 보듯이 양자 협상 상황에서는 중국같이 큰 나라도 힘들다. WTO가 지금 와서 디지털 통상에 관한 다자 간 협상을 하는 것은 소중한 기회다. WTO 협상이 귀찮아서 넘기면 호랑이가 찾아온다.

◇강유민=저희가 디지털 무역은 통상법 측면에서 접근해야겠지만 국내 기업 수준을 높이는 것은 '데이터 리터러시(literacy)'다. 이것이 있고 없고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 수준에서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종석=한가지 첨언하자면 디지털 통상은 특정부처나 섹터 이슈가 아니다.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유기적 협력체계를 갖춰 대응해야 한다. 지난 2월 일본 정부가 디지털 시장의 경쟁 상황을 챙기는 범부처 조직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참고할 만한 접근방식이라 생각한다.

정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