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티스 “암세포 골라 죽이는 '핵미사일' 기술 확보”

“기존 항암제가 일반 미사일이라면 ADC(항체약물적합체)를 적용한 항암제는 핵탄두를 장착한 유도 미사일과 같습니다. 암세포를 추적해 항체에 붙인 약물로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개념입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벤처밸리에 위치한 앱티스 본사 실험실에서 정상전 대표가 ADC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벤처밸리에 위치한 앱티스 본사 실험실에서 정상전 대표가 ADC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정상전 앱티스 대표는 차세대 ADC는 항암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시에 여러 치료제 효율을 높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이는 기술이다. 항체는 특정 항원을 찾아가는 성질이 있다. 이때 ADC를 접목해 약물을 항체에 붙이면 자연스럽게 약물이 항원을 가진 세포까지 전달된다. 암세포만 표적으로 죽이는 항암제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관건은 항체에 붙은 약물이 세포 안까지 잘 전달되는 것이다. 항체와 약물 간 강력한 연결조합이 있어야 한다. 세포 안에 도달했을 때도 적절한 시점에 연결고리를 끊어 약물을 퍼뜨려야 한다. 앱티스는 기존 ADC 한계를 극복한 3세대 ADC 개발에 집중한다.

정 대표는 “기존 ADC가 가진 어려움 중 하나가 암세포 안에 약물을 잘 투입시키는 것”이라면서 “독자 연구 끝에 항체가 손실 없이 세포에 약물을 전달하도록 묶어주는 '크로스 링킹'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앱티스는 ADC 중에서도 '크로스 링킹(Cross Linking)'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 기술은 항체 원하는 부위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붙인다. 강력한 결합력을 자랑해 암세포까지 무사히 도달시킨다. 약물을 붙인 항체는 암세포에 도달하면 분해가 일어난다. 암세포 안에 존재하는 가수분해 효소가 연결고리를 절단시켜 자연스럽게 약물이 퍼진다. 특히 단순히 해당 암세포만 죽이는 게 아니라 분비된 항암제로 다른 암세포까지 죽게 만들어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핵폭탄' 역할까지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적으로 항암제 효과는 30~40%에 그친다. 개인마다 암세포 유전자가 다른데다 약물 전달도 어렵기 때문이다. 항암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도 ADC 기술 확보에 전력을 기울인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코가 ADC 기술을 접목한 표적항암신약 임상2상에 성공했다. 이르면 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까지 예상된다.

정 대표는 “2001년 ADC 기술을 적용한 첫 의약품이 미국 FDA에 허가 받았지만 시장에 철수한 이후 2010년부터 유방암, 혈액암 치료제로 ADC 적용이 다시 주목 받았다”면서 “항암제가 가장 큰 접목 분야이지만, 최근 자가면역질환에도 적용해 생물의약품에 존재하는 반감기를 늘리는 역할로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앱티스 역시 ADC 기술을 활용해 국내 2~3개 제약사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대부분 항암제 개발에 ADC를 접목하는 것이다. 자체 치료제 개발도 추진한다. 관절염 후보물질을 발굴,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원료 생산을 위해 GMP 시설을 갖춘 생산업체도 물색한다.

정 대표는 “골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 대상 동물시험에서 ADC 기술을 접목해 우리 목표치의 90% 수준에 이르는 연구결과를 얻었다”면서 “엔브렐, 휴미라 등 값비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중간 가격으로 치료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