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현실을 직시해야

전기요금 공방이 뜨겁다. 현 정부가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에너지믹스와 산업 생태계 변화에 맞춰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는 정치 논리를 배제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에너지 전환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려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고려해야 할 변수 가운데 하나다. 올해 들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때 적용되는 전력구매가(SMP)는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전이 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보다는 다른 발전원으로부터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에너지원 가격 변화를 한전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 탓이 크다. 한전 적자가 커질수록 안전과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소홀히 할 공산이 커진다.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늘어나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도 부담이다.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 선진국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비싼 현실이다. 콩 가격이 두부 가격보다 비싸다는 두부장수의 넋두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전기요금 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 소비자와 유권자를 동일한 관점에서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제는 3년 앞을 내다본 정치적인 고려보다 30년을 고려한 전기요금 논의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공론화를 거쳐 현 정권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전기요금 및 에너지 수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방향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