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 오버? 당부 두 가지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게임장애를 질병이라고 공식화했다. 이제 게임장애는 질병으로 다뤄질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 게임사 대표는 “게임 오버”라는 말로 상황을 묘사했다. 그 허탈함에 공감이 된다.

승패가 따로 없다고 생각하면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할 일은 남아 있다. 질병 여부 논의 과정에서 산업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건전한 발전 토대를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기자는 최근 수년 동안 정부와 민간의 게임장애 대응을 옆에서 지켜봤다. 관찰자로서 게임인들의 대응에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 번째 '게임은 문화다'라는 명제를 좁힐 필요가 있다. 게임이 과연 '과몰입 증상의 원인인가'라는 물음은 차치하고라도 현상을 부정하면 자가당착에 빠진다.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 문화'라는 주장이 전면에 나서면 “누가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고 했나”라는 반박성 대답밖에 들을 수 없다.

'게임장애를 게임에 몰이해한 이들이 치료하는 것이 맞냐'는 물음으로 전선을 좁혀야 한다. 치료를 담당할 일선 의사들이 게임을 매체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지적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에서 “왕년에 나도 좀 게임을 해봤다”면서 '갤러그' '너구리'를 예로 드는 장면이 계속되면 안 된다. 정신과 전문의 가운데에서도 게임에 조예가 깊은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생산적 논의가 가능하다.

두 번째로 게임장애 질병화가 가지고 올 파장을 애써 축소하면 안 된다. 냉소를 저변에 깐 산업 책임론도 섣부르다.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되면 산업과 후배가 부담해야 할 낙인 효과가 크다. 앞으로 중독세 논의는 언제나 '장전' 상태일 것이다.

게임장애 질병화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싸움이다.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은 일부러 무지를 앞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합리화로 포장한다. 배후와 의도를 선별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지난 2001년 KBS1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한 임요환은 '현실에서도 누군가 나를 위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냐'는 질문을 받았다. 2019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토론이 이어진다. 진지해야 할 논의가 마치 코미디처럼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총알받이에 전력을 집중하면 본진과 마주치기 전에 괴멸할 수밖에 없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