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화와 소통, 주민을 바라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도시를 구분하는 '행정구역 경계선'이 잘못 그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 아이가 집 앞 초등학교를 놔두고 왕복 8차로의 도로를 횡단해서 20분을 걸어가야 하는 학교에 다녀야만 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흥공원 옆에 청명센트레빌아파트 단지가 있다. 행정 구역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이지만 아파트 주민의 생활권은 수원이다. 아파트 단지가 수원시 행정 구역인 원천동·영통동에 'U'자 형태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 통학이 가장 큰 문제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은 행정 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246m 거리에 있는 수원 황곡초등학교를 두고 왕복 8차로 도로를 건너 1.19㎞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에 다닌다.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걸어서 10분 거리인 수원 영통1동 행정복지센터를 놔두고 20분이 넘게 걸리는 용인 영덕동 주민센터까지 가야 한다.

수원시와 용인시의 행정 경계 문제는 2012년 청명센트레빌아파트 주민들이 자녀 통학 안전 문제를 이유로 수원시 편입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그리고 수원시 편입이 이뤄지기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지방자치단체 간 경계 조정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지자체가 경계 조정 합의를 한 후 시의회와 광역의회 의견을 들어야 한다. 교환할 토지를 선정할 때 주민이 살지 않는 지역을 찾다 보니 대상지 선정이 어렵다. 맞교환 토지의 가치에 대한 견해차 등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용인시와 수원시의 경계 조정 합의는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을 위해 일한다면 지방정부 간에 해결하지 못할 갈등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선례가 됐다.

경계 조정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중재도 강제력이 없다. 지방정부 간 합의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2012년 민원 발생 이후 용인·수원 간 수차례 협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경기도의 중재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화문1번가의 정책 제안, 행정안전부 장관 면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갈등만 커졌다. 포기하지 않았다. 주민의 고통과 불편 해소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용인시와 용인시의회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결국 백군기 용인시장과 용인시의회가 주민을 위해 통 큰 결단을 해 줬다.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행정 구역이 조정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사람을 우선으로 여기는 두 도시의 정책 지향점이 경계 조정 합의라는 열매를 맺었다.

용인시와 수원시의 행정 경계 조정은 현재 행정안전부의 조정안 검토 및 국무회의 의결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용인과 수원은 연대 및 협력을 계속할 것이다. 인내하며 함께 애써 준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큰 숙제를 끝냈지만 수원시에는 경계 조정이 필요한 지역이 한 곳 더 있다. 아파트 단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화성 반정2지구다. 이곳에 입주할 아이들은 청명센트레빌아파트 단지 아이들이 그리한 것처럼 가까운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에 있는 학교를 두고 멀리 화성시 소재 학교에 다녀야 한다.

화성시와의 경계 조정도 주민 불편 해소를 최우선으로 두면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될 것을 기대한다. 시민 편의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염태영 수원시장 suwonmayo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