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자회사가 농기계회사를 바꾼다고?" 대-중소 상생 스마트공장 가보니...

동성사는 농기계 트랙터용 캐빈(운전석)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동성사는 농기계 트랙터용 캐빈(운전석)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전자회사가 농기계회사를 바꿀 수 있을까?”

농업용 트랙터 제조기업 동성사의 정철영 대표가 처음 삼성전자가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기업으로 선정됐을 때 했던 생각이다.

전북 익산에 있는 동성사는 30일 현재 스마트공장 도입 수준이 레벨2~3에 이를 정도의 탄탄한 제조 중소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억원 이상 증가해 관련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동성사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였다. 중국업체의 가격 공세와 탄소배출권 규제로 국내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힘든 작업으로 인해 직원 이직도 잦았다.

정 대표는 고민 끝에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정부가 구축비용을 함께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구축비용의 40%를 부담하면 대기업과 정부가 각각 30%씩 부담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포스코가 참여한다.

정 대표는 당시 트랙터와 비슷한 자동차를 제조하는 현대차가 협력사가 되길 내심 바랐다. 이내 그는 “짜장면을 만들던, 짬뽕을 만들던 이것(스마트공장)은 주방을 바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2016년과 2018년에 걸쳐 생산관리시스템(MES), 용접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로부터 제조공정 프로세스 개선, 생산성·품질 혁신기법 전수, 제조현장 혁신활동을 지원받았다. 제조와 혁신분야 '베테랑' 전문멘토 3명이 상주하면서 제조현장 기본을 갖추는 것부터 집중했다.

정철영 동성사 대표가 자사에 도입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광재 전북중소기업청장, 김영태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정책관, 최승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 정철영 동성사 대표
정철영 동성사 대표가 자사에 도입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광재 전북중소기업청장, 김영태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정책관, 최승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 정철영 동성사 대표

최승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은 “스마트공장 도입 전에 동성사는 이른바 3D 업종의 철물점과 비슷한 환경이었고, 5차에 걸쳐 기반 구축 작업을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회사에 오자마자 현장 직원들과 똑같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장 청소부터 솔선수범했다. 직원들과 가까워져야 변화가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일일이 엑셀에 수작업으로 입력하던 물류 데이터 흐름의 실시간 파악이 가능해졌다. 공장 내 자재 이동과 제품 완성도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직원교육은 특히 중요했다. 정윤찬 상생협력센터 상무는 “기업의 제조환경 개선과 함께 직원 의식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MES를 구축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직원이 먼저 반겼다. 검은 먼지가 날리던 작업환경과 작업 전날 일일이 무거운 부자재를 옮겨야했던 작업이 바뀌었다. 생산성이 향상되고 불량률이 감소했다. 생산계획 예측이 쉬어지면서 휴일 사용의 여유도 늘었다.

환골탈태한 공장모습을 다룬 방송이 TV를 탔다. 거래처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기존 1곳이던 거래처가 3곳이 추가돼 4곳으로 늘었다.

정 대표는 “공장 제조 프로세스를 직접 본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은 덕분”이라면서 “과거에는 거래처에서 공장을 보러오면 어떡하나 주저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밝혔다.

양사간 협력은 계속 이어졌다. 회사와 가까운 삼성전자 광주공장을 방문해 선진 제조공정을 둘러보며 자극을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사후관리 덕분이다.

정철영 대표가 동성사가 제조한 농업용 트래터 캐빈(운전석)을 보여주고 있다.
정철영 대표가 동성사가 제조한 농업용 트래터 캐빈(운전석)을 보여주고 있다.

정 대표의 올해 계획은 스마트공장을 협력사에 전파하는 것이다.

동성사가 생산하는 트랙터 캐빈은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이다. 120여가지 종류의 캐빈을 생산하고, 1개 캐빈에는 약 1000개 부품이 들어간다. 100개 부품 협력사와 함께 일하는데, 이들 업체와 함께 제조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패밀리 혁신' 사업이다.

동성사는 스마트공장 도입 후에 매출이 늘고 직원도 더 뽑았다. 2016년 55명이었던 직원은 2018년 86명으로 늘었다.

정 대표는 “똑똑한 공장에는 일반적 사람도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투자를 계속해 2021년부터는 라인 자동화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익산(전북)=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