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블록체인·암호화폐, 혁신도 규제도 아닌 '방치'

블록체인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한국에 가장 적합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처 간 시각차도 여전히 크고 산업으로 볼 것인지, 투기로 볼 것인지, 재화로 볼 것인지 여전히 불명확한 입장만 고수한다.

관련 시장은 커 가는데 '블록체인=암호화폐=투기'라는 리스크에 갇혀 산업 자체가 '있지만 없는' 상황이다. 규제도 아니고 산업 혁신도 아닌 어정쩡한 정부 입장이 수년째 지속된다.

지난 28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암호화폐 관련 관계부처 회의가 열렸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하자 또 한번 암호화폐 투기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강했다. 법무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결론은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입장만 고수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개정, 적용했다. 암호화폐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강화한 실행방안을 만든 셈이다.

△거래소 비집금계좌에 대한 금융사 모니터링 강화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목록도 금융회사간 공유 △금융사가 거래소에 대한 거래를 거절할 경우, 거절 시점을 명시하고 거절사유를 추가하는 등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시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 거래소 이용이 급증하고 국내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수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많은 기업도 한국을 떠났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스스로 수립한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효력이 7월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급변했지만 현실을 반영 못한 가이드라인이 아무런 관심 없이 방치됐고 이마저도 오는 7월이면 완료된다. 후속 대책은 전무하다.

한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업계에서 어떤 제도와 대안 등을 마련해달라고 이야기해도 수년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차라리 규제를 대폭 강화를 하거나 그마저도 안되면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 정부 간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마련하고 특히 시드머니가 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정부 스스로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