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성장, 창조경제 전철 밟을라

문재인 정부 혁신 성장 정책에 기업 한숨이 늘었다. 청와대가 혁신성장 관련 광폭 행보를 보이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얽히고설킨 칸막이 규제와 신산업 관련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증폭된다. 금융, 바이오, 블록체인, 빅데이터, 온오프라인연계(O2O) 등 미래 신사업 현장 분야에서 탄식이 들린다. 기업은 정부가 제시한 혁신성장 정책 목표에 동감한다. 문제는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현장 곳곳에서 부처 간 엇박자가 심하다. 통일된 원칙 없이 정책이 수행된다.

부처별로 미래 산업 육성 정책을 만들어 다른 내용을 발표한다. 기업은 부처마다 다른 정책과 세부 이행 계획이 나오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른다.

금융 산업 가운데 데이터 분야 혁신이 가장 더디다. 시민단체 반발과 국회 공전으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국회에 계류된 데이터 혁신 관련 법안(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전통 금융기관의 독점 사업인 해외 송금 시장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 분야는 방치 수준이다. 블록체인 산업 중 암호화폐 분야는 산업인지 투기인지, 재화인지 애매한 입장이다. 규제도 아니고 산업 혁신도 아닌 어정쩡한 정부 입장이 수년째 지속된다. 정부가 만든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효력은 2개월 남았다. 후속 대책은 전무하다.

대기업도 혼란스럽다. 기획재정부는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경쟁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슬이 퍼렇다. 공정위가 국회에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 규제 강화 사안이 여럿 담겼다. 일감 몰아주기 대상 확대, 대기업 공익 법인과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 의무 보유 계열사 지분율 요건 상향 등이다. 정부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온도차가 너무 크다.
혁신성장이 창조경제나 녹생성장 전처를 밟지 않으려면 의지만 앞세우면 안 된다. 혁신성장이란 목표를 위해 각 부처가 시행하는 일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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