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69>나만의 블리츠크리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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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크리그(Blitzkrieg). 독일어 블리츠(Blitz)와 크리크(Krieg)의 합성어다. 블리츠는 번개, 크리크는 전쟁이다. 블리츠크리그는 이를 영어로 옮긴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항공기와 지상병력을 동원해 적을 기습해서 신속하게 격파하는 공격'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전격전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전매특허로 알려진 이 용어는 프로이센 군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전쟁론'에서 슈베어풍크트프린지프를 주창했다. 그에게 전쟁이란 '중력점'에 자원을 신속하고 효과 높게 응집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즘처럼 혁신이 기업 경영에 키워드가 된 적은 없다. 웬만한 기업에는 혁신 구호가가 즐비하다. 그렇다고 혁신을 찾기란 쉽지 않다. 최신 혁신 사례를 닮자는 것도 아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구멍이지 전동드릴이 아니다'로 잘 알려진 전동공구 기업 힐티 사례 같은 고전도 실상 생소하다.

왜일까. 이 의문에 한 가지 답을 리드 호프먼은 알고 있다. 페이팔에 관여했고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으로 억만장자가 된 그의 요즘 관심사는 '리츠스케일링'이란 것이다.

호프먼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 본질은 성장, 즉 스케일업에 있다. 이런 성장은 몇 단계를 거친다. 직원이 10명 이하라면 가족, 100명 정도면 씨족, 1000명 이하면 부락, 이것을 넘어서면 도시나 국가로 부를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은 씨족이 되기도 전에 사업을 접는다. 도시나 국가는 엄감생심 어려운 목표다.

그런데 이것을 몇 년 안에 완주하는 기업도 있다. 아마존은 1996년 151명에서 1999년엔 7600명으로 커졌다. 구글은 2001년 284명에서 2007년 1만6850명, 페이스북은 2006년 150명에서 2011년 3200명, 링크드인은 2008년 370명에서 2012년 3458명이 됐다.

호프먼은 블리츠스케일링이 상식과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성공했는지 설명한다. 구글은 2005년 앤디 루빈이 창업한 안드로이드를 인수한다. 구글 크롬은 C++로 개발됐지만 안드로이드는 자바로 개발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지만 구글은 전격전을 선택한다. 통합에 시간을 쓰는 대신 완성을 우선했다. 결론은 두 개의 성공한 플랫폼이었다.

왜 기업이 혁신을 미룰까. 기업이 말하는 가장 흔한 답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기업들에서 찾은 답은 스케일업에 확신이 없는 탓이었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중력 중심'은 기업에서 성장 목표와 같다. 이것이 막연할 때는 어떤 선택도 분명해질 수 없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루빈은 훗날 한 인터뷰에서 창업 후 투자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글이 아닌 다른 글로벌 기업이었다고 말한다. '고작 6명이 어떻게'라는 반응을 보인 듯하다. 2주 후 구글은 5000만달러에 안드로이드를 사들였다.

성장 비전이 없다면 혁신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2005년 안드로이드는 한창 블리츠크리그를 상상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것엔 익숙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글 없는 안드로이드를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 같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