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논란의 제로페이 단말기 무상 보급...금융위 "불법 아니다" 유권해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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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논란의 중심에 선 정부 제로페이 결제단말기 무상 보급 계획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최종 결론을 냈다.

그간 시장에서는 제로페이 결제단말기를 정부 돈으로 무상 지원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서 규정한 리베이트 금지 조항을 정면 위배하는 행위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2015년, 2016년 두 번의 개정을 거친 여전법에는 연매출 3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에 카드사용(거래)을 조건으로 부당한 보상금을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업 유지를 위해 현금을 뒤로 지원하거나 매장 등에 설치되는 결제단말기를 무상으로 깔아 주는 행위도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제로페이 결제단말기 무상 보급은 사업 주체가 다르고 소상공인 비용 경감을 위한 공익 사업이기 때문에 여전법 적용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전자신문이 제로페이 관련 금융위 유권해석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금융위원회의 제로페이 관련 유권해석
금융위원회의 제로페이 관련 유권해석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간편결제추진사업단, 서울시, 서울신용보증재단은 금융위에 부가통신사업자(VAN)를 통해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과 함께 제로페이 POS 업데이트, QR결제 단말기 보급 등을 무상 제공하면 여전법상 부당한 보상금(리베이트)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금융위는 “서울신용보증재단 등은 여전법상 신용카드업자나 부가통신업자가 아니므로 POS 업데이트, QR결제 단말기 등을 신용카드가맹점에 무상으로 제공하더라도 여전법상 부당한 보상금 등 제공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소상공인 등의 카드결제 수수료 절감을 통한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을 직접 이체하는 방식의 간편결제시스템(제로페이) 구축 또한 여전법 위반이 아니라고 정의했다.

다만 부가통신사업자와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부당한 보상금 등의 제공, 수수금지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단서조항을 달았다.

금융위는 “POS업데이트, QR단말기 등을 신용카드가맹점에 무상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가통신사업자가 실질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이것이 부가통신업자와 대형 가맹점간 거래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여전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반영했다.

업계는 이 단서조항을 놓고 결국 책임은 가맹점 모집사가 져야 한다는 '책임 떠넘기기'라고 지적한다.

한 밴사 관계자는 “정부 제로페이 보급은 불법이 아닌데, 그 안에서 가맹모집 사업을 하는 민간사업자에게는 원칙만을 고수하는 어정쩡한 규정”이라면서 “이는 다시 말해 제로페이 결제단말기 보급을 대형가맹점 등이 악용할 소지가 많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용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나왔다. 어찌됐든 제로페이 결제단말기 보급을 민간 밴사 돈으로 공급하는 기존 행태를 정부가 금지한 만큼 순효과가 기대된다는 주장이다.

여전법 위반이 아니라고 규정지었지만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형가맹점의 우회 리베이트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안을 찾지 못했다. 또 공급하는 결제 단말기를 통해 QR결제가 아닌 카드결제가 발생하면 여전법 위반인지 아닌지도 모호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 결제 등 복합 결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소상공인 경감 목적으로 보급한 사업인 만큼 여전법 처벌을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가맹 모집사가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대형가맹점에 결제단말기를 보급하거나 그 정황이 파악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 단말기 보급을 정부가 전체 물량을 사들여 보급하는 것만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그래야만 대형가맹점의 우회 리베이트 요구 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