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탐방]화학연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연구실

울산 한국화학연구원 그린정밀화학연구센터 3층에 위치한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외선을 차단한 노란색 불빛과 함께 생소한 화학약품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이곳이 바로 지난해 입김을 불면 색이 변하는 필름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연구실이다.

화학연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이 개발한 위조방지 색변환 필름. 보라색이던 필름에 입김을 불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화학연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이 개발한 위조방지 색변환 필름. 보라색이던 필름에 입김을 불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박종목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장이 보여준 보라색 필름에 '하~'하고 입김을 불자 바로 녹색으로 바뀌었다. 필름 색깔은 표면에 어린 습기가 다 날아가고서야 다시 보라색으로 돌아왔다.

“굴절률이 바뀌면서 눈에 보이는 반사 빛이 바뀌는 원리입니다.” 박 본부장이 설명했다. “필름은 여러 개 고분자 층을 이루고 있어요. 그런데 입김을 불면 특정 내부 층이 수분을 흡수해 두꺼워지면서 빛 굴절률과 반사색을 변화시킵니다.”

박종목 화학연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장
박종목 화학연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장

문득 '비가 오면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박 본부장은 “당연하다”면서 “필름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원하는 습도 민감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복제 불가능한 보안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다”면서 “홀로그램 스티커처럼 정품인증과 보안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쓰임새를 설명했다.

정서현 선임연구원
정서현 선임연구원

정서현 선임연구원이 필름 제작 과정을 보여주었다. 언뜻 보기에도 손이 엄청 많이 가는 과정이었다. 이런 과정을 숱하게 반복했을 것을 생각하면 꽤 어려운 작업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제작 과정은 '스핀코터' 작업으로 시작했다. 고분자 원료물질을 회전하는 스핀코터에 떨어뜨리자 원심력에 의해 넓고 얇게 퍼졌다. 필름에 들어갈 고분자를 나노미터(㎚) 두께로 박막화 하는 작업이다. 이 때 고분자가 튀면서 옷에 '훈장'이 새겨지기도 한다. 정 연구원은 더러워진 옷소매를 들어 보이며 씩 웃는다.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 연구진이 고분자 층을 코팅하는 모습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 연구진이 고분자 층을 코팅하는 모습

박막화 작업을 마친 이후에는 박막 위에 다른 박막을 도포하는 '코팅' 과정과 자외선을 쬐어 굳히는 경화 과정을 반복한다. 정 연구원은 “이런 작업을 오랫동안 시도해 얻은 실패 경험 끝에 필름에 원하는 물성을 담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한 변색 필름은 대현에스티라는 기업에 기술이전, 조만간 상품화 할 예정이다. 상품화 한 변색 필름은 양주나 화장품 등 고가 브랜드 제품에 부착해 정품을 인증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박 본부장은 “지능형인지감응소재그룹연구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