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방사선엑스포]"우리 기술로 만든 '원전' 안전하게 관리해요"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대학에서 핵융합 전공을 하고 싶은데 관련 기술에 흥미가 더 생겼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개막한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2019 NURE)'에는 업계 관계자와 원자력 분야 진학과 취업을 꿈꾸는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원자력과 방사선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장에선 전시품과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 기획자와 관람객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행사는 국내 원자력 기술 현주소를 가늠하는데 좋은 지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내 원자력과 방사선 관련 기업과 기관이 모두 모였다.

◇국내 원자력 기술 한자리서 '관람'

2019 NURE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자력 발전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우리 기술로 만든 신형경수로 APR1400 구조와 발전원리 주요설비 기능을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APR1400은 우리 기술로 만든 1400㎿급 가압경수로다.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설계·건설·운영과 정비를 통해 쌓인 40년간 운영 경험과 기술이 녹아있다. 2009년 12월 UAE에 수출한 원전 4기와 동일한 모델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전기 없이 작동하는 수소제거 설비 등 안전성이 강화됐다. 한수원 전시장 내 갖춰진 ARP1400 모형 앞에 달린 단추를 누르면 원전이 가동되는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향상된 원전설계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전력기술은 한국표준형원전 OPR 1400, 신형경수로 APR 1400을 설계했다. 최근에는 원전시설 해체 기술도 확보 중이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와 해체 방침이 확정되면서 한국전력기술은 원전 해체사업을 위한 중장기 기술 개발 전략 마련에 나섰다.

한전KPS는 원전 운영 때 필요한 로봇(모델명:오로라)을 선보였다. 원자로 내부 용기 간극 여부를 검사하는 로봇이다. 회사는 2011년부터 고방사선 환경에서도 원자로를 검사할 수 있는 로봇조작기와 제어시스템을 개발했다. 고농도 방사선에서도 노심 용접 부위가 제대로 유지되는지를 검사하는 장비다. 우리나라는 그간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에서 개발하던 장비를 사용했지만 이번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원자로 특성상 수중 작업이 필요해 물속 30m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한전KPS는 관계자는 “로봇 검사장비가 시범 적용을 마쳤다”면서 “순차적으로 국내 원전을 비롯해 UAE 원전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활 속 방사선 역할도 조명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사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되는지 알 수 있는 전시도 마련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암 진단 메커니즘을 볼 수 있게 방사선동위원소를 만드는 사이클로트론 모형을 전시했다.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한 방사선동위원소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원자력의학원은 자체 개발한 30MeV 가속기 모델을 블록으로 만들 수 있는 체험행사도 진행, 학생 관람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원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 '팩트체크' 코너도 마련됐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준 영화 '판도라'에 등장한 내용을 바로잡는 코너다. 영화에는 원전이 6.1 규모 지진에 폭발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원전은 6.5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됐고 의료방사선이나 생활 속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음을 소개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공공기관 및 공공기업과 수행한 연구개발 활동과 안전, 원전 해체 기술 등 전문 영역에서 이뤄지는 원자력 및 방사선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방사성폐기물관리 현황을 소개·전시했다.

◇안전한 '원전' 신에너지와 공존 과제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면서 원전이 수출산업이자 생활 속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기 위해선 원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안전을 강화하는 정책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정재훈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조직위원장은 개막식에서 “원자력은 국민으로부터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에너지원”이라면서 “대용량 원자력 산업 발전도 지속해야 하지만 소형 원자력과 방사선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