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1년···룰에 갇힌 국회, 롤은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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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1년···룰에 갇힌 국회, 롤은 걷어찼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 6월 27일로 1년이 된다. 합산규제는 2015년 6월 28일부터 3년간 시행된 이후 법률상 효력이 사라졌지만 국회 일각에서 연장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산규제 완전 폐지를 전제로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변화된 시장상황을 바탕으로 정부(안)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합산규제 성과 있었나

국회는 2015년 5월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 제한'과 '매체 간 균형발전'을 정책목표로 명시했다.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점유율을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33%로 제한했다. 1위 사업자 KT에 대한 독과점 우려에 대한 견제장치를 유지하는 동안 케이블TV가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경쟁을 강화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합산규제는 시장재편을 막지 못했다. 2015년 하반기 KT·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은 29.34%에서 2018년 하반기 31.0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는 12.05%에서 14.32%로 LG유플러스는 9.09%에서 11.93%로 시장점유율이 각각 높아졌다.

반면 케이블TV 시장점유율은 2015년 하반기 49.52%에서 2018년 하반기 42.67%로 낮아지며 IPTV에 역전당했다.

합산규제가 유지되는 동안 독과점이 완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매체 간 균형발전 역시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합산규제 일몰 이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이 시작되면서 케이블TV는 사업 영속에 대한 가능성 자체가 선택 기로에 놓였다.

◇합산규제 없어도 독과점 완화 가능

국회는 합산규제 연장을 위해서는 3년간 성공 또는 실패인지 원인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했다. 이를 전제로 보완책을 마련하거나 재연장을 논의해야 하지만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과정에서 데이터에 근거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소한 33%라는 점유율 제한선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라도 이뤄져야 했지만 1년 또는 2년 연장 여부에 논의가 매몰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시장변화 추이를 감안하면 합산규제가 일몰된 상태에서도 유료방송시장 집중도가 완화되며 독과점 제한이라는 취지에 상당히 부합하게 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에 성공하면 시장점유율이 24.54%로 확대된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시장점율 역시 23.92%로 높아지며 KT와 격차를 기존에 비해 갑절 이상으로 줄인다.

반면에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KT는 점유율 33%에 근접해 플랫폼 확장이 제한된다. KT가 합산규제로 발을 묶어놓은 채 경쟁사에만 가입자를 단번에 확대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결과적으로 경쟁을 제한, 소비자 후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이 좋은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려 해도 점유율 제한에 걸린다면 판매할 수 없다”면서 “시장점유율에 대한 사전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합산규제 폐지 전제로 보완장치 논의해야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가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디어 시장 변화 속도가 가팔라진다. 유료방송 시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과제로 부상했다.

방송을 시장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구조개편이 시작된 만큼 이를 전제로 한 합리적인 사후규제 방안 마련과 여론독과점 우려 해소, 지역성 유지 등 유료방송 공익성을 확보하는 일이 현실적인 과제로 부상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합산규제를 연장한다고 해서 시장 독과점을 견제한다거나 방송시장 공익성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산규제를 포함한 모든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사전규제 폐지를 전제로 사후규제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부 이견을 제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 불협화음도 문제이지만 국회의 정쟁 속에 정부 방안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결과적으로 딜라이브 등 한계에 봉착한 기업의 자발적인 매각마저 가로막는 시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국회는 정부 대안이 적절하지 않으면 합산규제를 연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 방안에 대한 결론을 서둘러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합산규제 연장은 유료방송시장 구조개편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부족하지만 정부 대안도 제시된 만큼 국회가 합산규제 재도입이든, 폐지든 결론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